'가을 헐크'가 달라졌다.
감독대행으로 치렀던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묻는 질문마다 거침없이 대답을 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선수 기용 문제 등 민감한 부분에서조차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만한 것까지 자진해서 말하는 바람에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1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아직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데 미리 알려지면 안되지 않겠냐"며 26명의 엔트리의 윤곽조차도 밝히지 않았다. "투수와 야수쪽에 1명씩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만 했다.
SK의 강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불펜이 좋다. 5∼6회 정도만 버텨준다면 불펜 투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수비에서만은 우리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만하지 않고 착실히 기본-집중-팀 등 세가지만 확실하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엔 멋모르고 했었다"고 말한 이 감독은 "이번 준PO 경기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생각을 하면서 봤다.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그것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감독이다"라며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번의 작전 미스가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가지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이렇게 말수가 줄어들었으니, 특유의 세리머니가 포스트시즌서도 잠잠해질 수 있을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스트시즌에선 '자제'가 안될 것 같다.
이 감독은 지난달 12일 잠실 LG전서 김기태 감독이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낸 사건 이후 시즌 종료까지 세리머니를 자제했고, 얼굴 표정도 딱딱했다. 당시 SK 이만수 감독의 투수 교체가 LG를 우롱하는 것 같다며 분개했던 김기태 감독이 "(신동훈을 대타로 낸 이유가) 비단 그날 이 감독의 투수 교체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평소 그의 과격한 세리머니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른 뒤부터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시즌 말엽 세리머니가 예전 보다 줄어들었다는 말에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그땐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PO를 이틀 앞둔 14일에도 같은 입장이었다. "세리머니는 그냥 자연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예전의 이만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말수는 줄이는 대신, 세리머니는 눈치 안보고 마음껏 하겠다. '가을 헐크'의 변신은 무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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