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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양승호 감독, 준PO 승리하고 술에 패한 사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14 15:19


1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2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플레이오프행을 결정지은 롯데 양승호 감독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12.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막걸리와 부대찌개의 대결이기도 했답니다. 롯데 트레이너들은 12일 준PO 4차전에 앞서 사직구장 곳곳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렀습니다. 막걸리를 뿌리는 것이었지요. 흔히 고사를 지낼 때 무사안녕을 기원하면서 막걸리같은 술을 뿌리는 의식을 치르지요. 롯데는 느닷없이 거창한 고사를 지낼 수는 없고 막걸리 기원으로 급한 마음을 달랬다고 합니다. 포수 강민호가 1차전부터 부상으로 빠지는 등 악재가 겹치자 "제발 선수들이 다치는 일이 없이 PO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이에 맞서 두산 프런트들은 이른바 부대찌개 징크스로 대반전을 꿈꿨습니다. 이번 부산 원정경기 동안 두산 프런트들이 반드시 준수한 것은 숙소와 점심식사 코스였습니다. 2년전 2연패 뒤 3연승의 대반격을 할 때 기분좋은 추억때문이지요. 당시 두산 프런트들은 해운대 한화콘도를 숙박지로 잡았고, 사직구장 근처의 부대찌개 식당에 우연히 들어가 부대찌개로 요기를 했다가 3차전에서 이기더랍니다. 혹시나 해서 4차전때에도 똑같은 코스를 거쳐 사직구장에 도착했더니 또 승리하며 기적같은 역스윕을 일궈낸 것이지요. 프런트들은 이번 부산 원정에서도 3차전에서 승리하자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결국 4차전 패배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징크스라는 건 깨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두산이 아쉽게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는데요. 특히 맹타를 터뜨린 김현수가 무척 아쉬워더군요. 김현수는 4차전서 포수 양의지의 끝내기 송구 실책 당시 3루수를 거쳐 자신에게 흐른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롯데 박준서의 결승 득점을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대로 경기가 끝났는데요. 김현수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눈물을 애써 참으며 밤하늘을 쳐다보더군요. 이때 롯데 용덕한이 김현수를 위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야에 모여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축하던 롯데 선수들 사이에서 용덕한이 튀어 나와 지나가던 후배 김현수와 포옹을 하며 어깨를 두드려준 것인데요. 불과 5개월전까지만 해도 두산에서 뛰었던 용덕한이 친정에 대한 '정'을 잊을 리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달콤한 승리의 기쁨을 맛본 후, 빠질 수 없는게 바로 회식이죠.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 전원은 12일 열린 4차전에서 승리, 시리즈 전적 3-1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후 단체 회식을 열었다고 하는군요. 극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회식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양 감독이었는데요, 평소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롯데 코치들 때문에 '주량 1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바로 양 감독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쌓인 극도의 피로, 그리고 한 순간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일찌감치 취해 쓰러졌다고 합니다. 양 감독은 14일 팀 훈련을 마친 후 홀로 서울로 이동, 가족들과 하루를 보낸 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다고 하는군요. 사랑하는 가족들 몸과 마음의 충전 시간을 가진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힘을 내겠다는 양 감독입니다.

★…두산 외국인투수 니퍼트가 포스트시즌 탈락에 대해 너무나 아쉬워했다는군요. 특히 4차전에서 앞선 상황에 중간계투로 자진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점을 허용하면서 패전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크게 자책하며 호텔방에서 펑펑 울었다는데요.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던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니퍼트는 올해 처음 초대된 가을잔치에 대해 엄청난 의욕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팀이 탈락하자 상실감이 컸던지 방에서 한참을 우는 모습을 보여줬다네요.

★…4차전 승리 후,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1루측 롯데 덕아웃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한 선수들은 라커룸 안에서 괴성을 지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이날 경기에서 패한다면 2010년 리버스 스윕의 악몽이 5차전에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죠. 극도의 부담감을 안고 임한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으니 기분이 좋을만 했습니다. 롯데 배재후 단장 역시 매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날 경기를 마무리 지은 정대현이 덕아웃에서 인터뷰와 MVP 수상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정대현을 지켜보는 롯데 배 단장의 흐뭇한 표정이 꽤나 의미심장했습니다. 36억원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에서 거의 뛰지 못해 단장으로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준플레이오프 대활약에 그간의 아픔이 한순간에 싹 가신 듯한 표정이었던거죠.


스포츠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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