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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상대로 너무 안맞으려고 했던 것 같았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다를 것이다."
왜 롯데가 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36억원의 거액을 쏟아부었는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됐다. 정대현이 준플레이오프 MVP에 오르며 롯데의 수호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경기 후 만난 정대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는 뜻. 정대현은 "준플레이오프 내내 컨디션이 좋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몸상태가 더 좋았다"며 "마운드에서 자신있게 내 공을 뿌리는데만 집중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MVP 수상에 대해서는 "큰 의미는 없다. 팀원들이 하나가 돼 만들어낸 승리다. 그게 더 의미가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야구선수도 사람이다. 큰 무대에 서면 자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시리즈에서 롯데, 두산을 통틀어 많은 투수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정대현만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마운드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공을 던졌다. 정대현은 강심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어렸을 때는 나도 많이 떨었다. 그렇게 떨면서 내 공을 던지지 못하고 경기에 패하면 너무 화가 나더라. 그 때부터 마인드컨트롤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정대현은 친정팀을 상대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롯데는 2위 SK와 대결한다. 냉철한 승부사도 올시즌 친정팀만 만나면 유독 작아진 모습을 보였다. 정대현은 이에 대해 "SK를 상대로 안맞아야겠다는 생각을 유독 더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진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었다"고 아쉬워하며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를 것이다. 나도, 팀도 상황이 매우 좋기 때문에 SK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대현은 마지막으로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대현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공을 던진다는 것은 롯데에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롯데를 설레게 한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