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롯데, 하극상 미러클 우리가 이룬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07 17:16


롯데 양승호 감독이 두산 김진욱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5차전은 절대 없다."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첫 관문부터 힘을 빼면 승산이 없다. 8일부터 열리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격돌하는 두산 김진욱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5차전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김 감독은 "롯데나 우리나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5차전은 피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기 때문에 4차전 이내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면서 "한 시즌 힘든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그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 미라클 두산,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양 감독 역시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양 감독은 "작년에 준PO에서 3차전에 끝낸다고 해놓고 못 끝내 이번에는 겸손을 좀 보태 4차전을 예상한다. 그러나 절대 5차전은 안된다. 선수들이 시즌 막판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선수들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두 사령탑이 최종 5차전을 거부한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초반부터 혈전을 벌일 경우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의 찬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롯데는 지난 92년, 두산은 2001년 각각 준PO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올랐다. '가을잔치 하극상'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2001년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의 독무대였다. 준PO와 PO에서 올라간 팀이 역전 우승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시즌 흥미가 반감됐던 이유다. 그러나 두산과 롯데는 이번에 이같은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자극제가 필요한 시기다. 김 감독과 양 감독이 공개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라고 밝힌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전력을 가지고 단기전 승부를 벌이려니 두 감독의 머리는 복잡하기만 하다. 일단 양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양 감독은 "나보고 정석야구를 하는 성향의 감독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동안 별명도 많았고. 작전을 내도 선수들이 잘 하지 못했다"고 농담을 한 뒤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감독 생갭다는 선수들에게 맡기겠다. 마음놓고 치라고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되받아쳤다. 김 감독은 "양 감독님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웃음을 지어보인 뒤 "8월 막판 롯데전에서 양 감독님께서 스퀴즈 두 번으로 우리를 이긴 적이 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도 독하게 마음 먹으실 것 같다. 롯데가 마음 속으로 다르게 준비하면 우리도 다르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시즌 내내 유지했던 선발 중심의 마운드 운용에도 변칙을 줄 계획이다. 정규시즌서 8개팀중 가장 많은 80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두산이지만, 준PO에서는 빠른 투수 교체를 하겠다는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가겠다. (선발투수의)투구이닝을 기다리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을 때는 적극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 감독의 고민 역시 마운드 운용. 특히 마무리 김사율이 시즌 막판 난조를 보인 것에 대해 양 감독은 "마무리 부분 질문은 잘하셨다. 감독으로서 제일 머리 아픈 부분이다. 여전히 김사율을 믿고 있고, 정대현 있기 때문에 한 투수를 고집하기 보다 상황에 따라 더블스토퍼 체제를 준비시킬 것이다. 여태까지 김사율이 잘해왔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믿는다.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때는 고원준 이승호를 준비시키고, 중반까지 가면 나머지 필승조들을 가동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머리는 복잡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두 사령탑이 준PO에서 "5차전은 없다"고 외친 이유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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