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돈, 발전단계로 본 7백만 시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03 10:09 | 최종수정 2012-10-03 10:09


프로야구가 관중 700만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 주체들은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스포츠조선 DB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관중 7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일 열린 4경기에 4만7175명이 입장해 시즌 누적관중 704만542명을 기록하며 몇 년전까지만 해도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700만명의 '벽'을 허물었다. 게임당 평균 관중 1만3513명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못지 않은 '내셔널 패스타임(national pastime)'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후반기 들어 런던올림픽 여파와 잇달은 태풍으로 관중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시즌 내내 펼쳐진 치열한 순위 경쟁과 풍성한 볼거리는 팬들의 야구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82년 출범 이후 30년만에 흥행 안정세로 접어든 프로야구의 성장을 들여다 봤다.

흥행은 곧 돈이다

프로 원년인 지난 82년 총관중은 143만8768명으로 게임당 평균 5995명을 기록했다. 30년이 흐른 올해 전체 관중은 4.89배, 평균 관중은 2.25배가 증가했다. 흥행은 곧 돈으로 연결된다. 관중 수입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82년 관중 수입은 21억3047만5210원이었다. 올시즌 전체 관중 수입은 이날 현재 623억3949만28원으로 82년과 비교해 29.2배나 늘어났다. 경기당 관중 수입으로 따져봐도 82년 887만6980원에서 올해 1억1965만3531원으로 13.5배나 증가했다. 3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관중 수입으로는 4배 정도 증가했다고 보면 된다. 중계권 수입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82년 당시 중계권료는 약 3억원이었다. 올시즌 중계권료는 공중파 TV, IPTV, 인터넷 등을 모두 합쳐 260억원이다. 30년새 86.7배가 늘어난 셈이다. 사업규모가 동네 마켓 수준에서 도심의 대형 마트로 바뀐 것이다. 관중, 관중 수입, 중계권 수입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제는 도약 단계다

미국의 경제학자 월트 로스토는 경제발전단계를 전통적 사회→도약준비 단계→도약 단계→성숙 단계→고도대중 소비 단계로 구분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경제발전 속도에 비춰보면 어느 단계에 해당될까.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최근 관중 추이를 보면 국내 프로야구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07년 7950만명의 관중을 끌어모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7300만명대의 관중을 기록했고, 올시즌에는 2일 현재 7400만명을 넘어서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 일본의 경우 최근 5년간 2100만~2200만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시즌 센트럴리그의 경우 게임당 평균 2만7000명 정도가 입장해 지난해 2만777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마다 관중 규모가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고도대중 소비단계로 접어든 것은 90년대 이후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사무국이나 일본프로야구기구 모두 여전히 '성장'을 중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년 연속 최다관중 신기록을 이어간 국내 프로야구는 이제 겨우 '도약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내년이면 NC 다이노스가 제9구단으로 1군 리그에 참가하고, 올시즌이 끝나면 제10구단 창단이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야구의 양적 성장을 바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중 증가, 수입의 확대 등 국내 프로야구의 경제적 성장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첨단 야구장과 첨단 마케팅 기법 등 도약 단계를 넘어 성숙 단계에 필요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각 구단의 역량이 이제 어느 정도는 질적 성장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은 물론 경기장 수준과 구단의 마케팅 정책도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양과 질의 균형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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