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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패 독약이 산삼이 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황. 하지만 양 감독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이유가 있다.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장착되긴 쉽지 않다. SK의 세밀한 야구와 두산의 화수분 야구, 그리고 삼성의 조직야구는 1~2년 만에 이뤄진 팀컬러가 아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 시작돼 장착된 장기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올해 LG도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모래알 조직력이었던 LG는 올해 '근성의 화신'인 김기태 감독을 영입, 팀의 응집력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6월23일까지 불안한 5할 승률을 이어가던 LG는 이후 6연패와 7연패를 거푸 당하며 무너졌다. 객관적인 전력의 원인도 있지만, 단기간에 팀컬러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행보였다.
올해 롯데는 행운이 섞인 부분이 있었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의 필승계투조에 합류한 김성배와 부활한 '파이어볼러' 최대성이 맹활약했다. 기대치 않았던 이들의 활약으로 롯데의 중간계투진은 매우 강해졌다. 결국 팀컬러의 과도기적 상황을 중간계투의 힘으로 연착륙시키는 듯 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짧은 하강세와 짧은 상승세를 번갈아 탔다.
보통 133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 1~2차례의 커다란 위기가 온다. 올 시즌 초반 삼성이 그랬고, 두산과 SK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롯데는 없었다. 두 차례의 4연패가 있었지만, 더 이상의 위기는 겪지 않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큰 위기가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계속 있었고, 결국 막판 연패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끈끈한 팀컬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의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다. 큰 경기의 접전상황을 많이 치르고, 위기의 순간에 탈출해법을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동안 롯데는 많은 접전 상황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2% 부족했다. 단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지난 18일 부산에서 열린 SK와의 2연전이다. 여기에 커다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경험이 없었다.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
그럼 여기에서 양 감독의 말을 곱씹어 보자.
확실히 시즌 막판 롯데의 7연패는 뼈아프다. 2위 탈환이 멀어지면서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불이익이 생겼다. 우승 전선에서 그만큼 멀어진 셈이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다. 올해 롯데는 불안할 정도로 순탄하게 페넌트레이스를 치렀다. 7연패의 시작점인 9월13일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팀컬러가 급격히 바뀐 상황에서 끈끈한 응집력을 키우기 위한 부족한 장치가 있었다. 페넌트레이스의 커다란 위기다.
이제 롯데는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도 롯데에는 소중하다. 그동안 SK, 삼성, 두산에 비해 2% 부족했던 승부처에서 끈끈한 응집력을 키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타격 사이클은 항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7연패 동안 롯데 타격은 무기력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포스트 시즌에서 타격 사이클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투수력이 향상된 롯데는 지난해보다 포스트 시즌에서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위기 속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페넌트레이스를 끝낸다면. 재앙이다. 2위 싸움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준플레이오프 파트너로 예상되는 두산은 올해 맞대결전적 8승1무10패로 뒤지고 있다. 빠른 주자가 많은 두산은 롯데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다. 양 감독의 말처럼 '8연패의 독약'이 '산삼'이 될 수도, 그대로 '독약'으로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2위 탈환은 어려워졌지만, 롯데로서는 여전히 남은 경기가 중요한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