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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갑 감독대행의 자상한 '아빠 리더십'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20 09:58



"박병호의 기록달성을 위해 주루코치와 상의하겠다."

어느 팀 감독이 선수 개인의 기록달성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공언을 하겠다는 것 뿐 아니라, 주루코치와 상의까지 하겠다는 것일까.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의 '아빠 리더십'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김시진 전 감독 경질 이후 남은 15경기를 맞는 감독대행의 역할.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뭐 큰일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김 김독대행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초보감독'으로서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이색 공약이다.

첫 번째는 선수들의 개인 타이틀을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대행은 1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에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강정호에 대해 "강정호가 기록을 세우고도 좋아하지 못하더라. 김시진 감독님께서 계실 때 기록을 달성했으면 더욱 좋아하셨을텐데"라는 말로 축하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선수들이 개인 타이틀을 챙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대행은 "올시즌 훌륭한 피칭을 해준 브랜든 나이트가 다승왕과 평균자책점왕을 차지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트는 19일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15승째를 챙겼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평균자책점 부문도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물론, 억지로 승수를 쌓게 하는 일은 없겠지만 상황에 따라 등판일지, 등판이닝 등은 충분히 조정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대행이 더욱 애착을 보인 기록은 4번타자 박병호의 20홈런-20도루. 박병호는 19일 현재 29홈런-17도루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대행은 "염경엽 주루코치와 상의해 기록 달성을 돕겠다"고 했다. 거포 박병호는 강력한 파워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빠른 편은 아니다. 때문에 스스로 도루를 할 수는 없고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야 뛸 수 있는 상황. 19일 경기에서도 도루 1개를 추가했는데 박병호는 "코치님의 사인이 나 열심히 뛰었고 운이 좋아 세이프 됐다"고 설명했다. 13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코칭스태프의 이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김 감독대행은 박병호의 기록 달성을 바라는 이유로 "선수 개인에게도 큰 업적일 뿐더러 한 팀의 4-5번 타자가 동시에 20-20을 기록한 경우가 없지 않느냐. 우리팀에 큰 이슈가 될 것이고 영원히 기억될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넥센은 19일 내야수 차화준을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시켰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 외야수 박헌도를 풀타임 선발출전 시켰고 문우람에게도 대타 기회를 줬다. 이유가 눈물을 자아낸다. 김 감독대행은 "어떤 분께서 새 감독으로 오실지 모른다. 우리팀 선수들을 잘 모르실 것이다. 결국 선수들을 살피실 때 기록을 먼저 보실 것 아닌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1군 경기에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대행은 오랜시간 현대-히어로즈-넥센의 코치로 생활하며 선수들과 동고동락 해왔다. 자식같은 선수들이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남은 기간 팀과 선수들 모두를 예쁘게 포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자신은 야구장에서 '~아빠'로 불리우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는 것. 감독대행 취임 첫 날인 17일 공개적으로 "야구장에서는 김성갑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걸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톱스타 딸 유이양 때문. 여기서도 아빠로서의 자상한 모습이 확실히 드러난다. 김 감독대행이 이런 요청을 한 이유가 있다. 딸과 자신이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딸을 욕하는 악성 댓글들 때문에 아빠로서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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