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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한 '도전자' 박찬호(39). 메이저리그에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박찬호는 최근 몇 년간 동안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다. 노모 히데오(123승109패)를 넘어 아시아인 최다승(124승 98패)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선수로서 거의 모든 것을 이룬 박찬호는 지난해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고, 올해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부와 명성을 모두 얻었기에 아쉬울 게 없었지만, 박찬호는 고향팀을 선택했다. 사실상 연봉을 받지 않은 한화 입단은 출발점에서 야구인생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0일 올시즌 처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박찬호는 현재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열흘 후 1군에 복귀할 지, 아니면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지 아직 알 수 없다.
올해 한화에서 박찬호의 가치는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팀을 대표하는 상징성, 관중을 부르는 흥행력 등 박찬호는 많은 부분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나타냈다. 몇몇 전문가들은 비록 시즌 후반 부진했어도 몸 관리만 잘 하면 1~2년 더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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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관계자는 "한화가 보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만일 박찬호가 우리 팀에 올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젊은 선수로 이뤄진 우리팀에 박찬호가 온다면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신생팀 NC로선 팀을 대표하는 간판선수, 상징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박찬호 만한 선수가 없다. 올해 퓨처스리그(2부 리그)에 참가해 우승까지 했지만 NC는 아직 야구팬들에게 낯선 팀이다. 아무리 수준급 신인선수를 영입했다고 해도 프로 첫 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선수로는 흥행이나 성적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찬호가 합류한다면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투수 박찬호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NC는 선수 1명이 아쉬운 신생팀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을 행사해 유망주를 영입하고 올해 2부 리그를 경험했다고 해도 제대로 검증을 받은 선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거기다 박찬호의 공주고 선배인 NC 김경문 감독은 현역 프로 감독 중 박찬호와 친분이 가장 두텁다. 이태일 사장 또한 박찬호와 같하다. 팀을 옮길 여건이 되고 박찬호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이런 친분관계가 그의 NC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찬호가 NC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선수로서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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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를 비롯한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내년 시즌 개막에 앞서 보호 선수 20명을 써내야 한다. 1군 리그에 처음 참가하는 신생팀 NC의 전력보강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보호선수 20명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는 NC가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다.
올시즌 꼴찌가 사실상 확정된 한화는 최근 한대화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감독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최하위에 그치면 최근 4년 간 3번이나 꼴찌를 하게 된다. 한화가 팀 재건을 진행하면서 40대에 접어드는 박찬호를 보호선수 20명 리스트에 넣으려면 큰 결단이 필요하다. 한화 관계자는 "시즌이 끝나고 생각해볼 문제고, 새 감독의 생각을 들어보고 결정해봐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최종결정은 한화그룹 최고위층의 의중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올시즌 중반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선수생활을 지속한다면 내년에도 한화에서 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리빌딩이 급한 한화는 그렇게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