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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SK 4번타자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어요?"
이제 한국무대 데뷔 1년차. 하지만 유먼에게 질문자들의 이름을 말하자 "넥센 넘버 포틴(14)?", "SK 4번타자, 빅 가이?"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한 사람도 빠짐 없이 각 선수들의 특징을 줄줄 얘기한 것음 물론이었다. 그만큼 한국 야구에 빨리 적응했다는 뜻 아닐까. 1시간 가까이 이어진 롯데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과의 인터뷰는 매우 유쾌했다. 평소 그의 스타일답게 거침 없었고 솔직했다. 유먼은 이번 10대1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엄청난(?) 약속을 2개나 했다.
(첫 질문을 듣자마자 한참을 웃으며) 둘리? 당연히 알고 있다. 팀 동료 이명우가 스프링캠프 이틀째에 나를 보더니 "둘리, 둘리" 하더라. 곧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전혀 나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둘리라고 불러줘 적응이 됐다. 둘리가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하니 나도 지금은 마냥 좋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슈가(설탕) 쉐인'이다. 어감 자체가 굉장히 쿨하지 않나?
-한국음식을 잘 먹고 좋아한다고 둘었다. 한국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그리고 음식 외 어떤 한국문화가 가장 신기했나? (LG 오지환)
(주저없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찜닭이다. 그리고 부대찌개, 제육볶음, 김치찌개 등 매운 음식은 다 좋다. 특히 해장국은 술 마신 다음 먹는다고 하던데 나는 술을 안마셔도 너무 맛있다. 간식으로는 만두를 주로 먹는다.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베스트, 워스트가 있다. 가장 좋은 건 야구팬들이다. 우리 팀이 이기든, 지든 9이닝 내내 정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준다. 다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말이 아닌 평일 밤에도 길거리에 취객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광경이다. (유먼은 질문에 대답을 한 후 오지환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야구를 한다는 사실을 꼭 전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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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특히 우리 팀 황재균의 패션을 생각하면 정말 소름끼친다. 몸에 쫙 달라붙는 스키니 바지를 어떻게 입나? 숨을 어떻게 쉬고 다니는지 궁금할 정도다. 옷 색깔도 놀랍다. 남자들이 핑크, 그린 컬러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미국 남성들은 주로 평범한 색깔의 옷을 입는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황재균은 "그래도 나는 내 스타일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삼성 고든)
주로 쉴 때는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본다. CSI 등 경찰 수사에 관계된 드라마의 마니아다. 한국식 온라인 쇼핑도 가끔 하는데 아직까지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최근에는 집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연습하고 있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열심히 연습해 꼭 말춤을 마스터할 것이다. (유먼은 10대1 인터뷰를 통해 롯데가 2위 이상의 성적을 확정지을 경우, 수훈선수가 된다면 사직구장 팬들 앞에서 이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생각했던 한국야구와 직접 경험해본 한국야구의 수준 차이가 있나? 또 경기 후 나한테 매번 수고했다며 레모네이드를 사주는데 다른 것을 사줄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롯데 강민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야구를 봐왔다. 투수들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타자들에 대한 정보는 잘 몰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컨택트 위주의 타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민호. 넌 부산의 슈퍼스타 아닌가? 내가 보기엔 네가 원하는게 있으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지금 내가 선물하는 레모네이드에 감사하길 바란다. 이러다 나한테 자동차 선물을 해달라고 할까봐 겁난다.(웃음)
-우리 팀과 경기를 할 때 나같은 컨택트 위주의 타자와 박병호, 강정호 같은 홈런타자 중 어떤 타자들이 더 상대하기 어려운가? 그리고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와 사구를 맞히고 싶은 타자가 있다면? (넥센 서건창)
(질문을 듣자 마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서건창 당신이다. 정말 계속 커트를 해낸다. 미치겠다. KIA 이용규도 마찬가지다. 이 타자들만 만나면 투구수가 계속 늘어나 힘들다. 우리 팀 전준우는 첫 자체 연습경기 때 나를 상대로 계속 커트를 해내 나중에는 그냥 안타 치라고 한가운데 공을 주기도 했다. 음…가장 어려운 타자와 사구를 맞히고 싶은 타자?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삼성 박석민이다. 도저히 무슨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범타 유도하는 공을 주면 안치고, 기다릴 것 같아 카운트 잡는 공을 던지면 다 때려낸다. 타석에서 이것저것 잡동작도 많아 집중하는데 힘든 면도 있다.
-SK전 방어율이 유독 좋다. 왜 우리를 상대로 잘 던지는 것인가. SK전에 잘 던지면 보너스라도 받나?(웃음) 그리고 SK 타자들 중 가장 껄끄러운 타자는 누구인가? (SK 이호준)
(단호한 어투로) SK는 지난 시즌 롯데를 플레이오프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나. 복수를 위해서 집중해서 던진다. (팀 동료들이 롯데와 SK의 애증의 관계를 잘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SK는 힘이 좋은 타자들이 많아 더욱 집중해야 한다. 특히 박정권이 상대하기 어렵다. 견고하면서 장타력도 있다. 나에게 삼진을 당하고 다음 타석에 곧바로 홈런을 치더라. 질문을 해준 이호준, 그리고 최 정도 까다롭다. 실투가 나오면 바로 홈런이다.
-직구가 매우 좋다. 그리고 직구 구사 비율도 높은 것 같다. 본인의 직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얼마나 자신있나? (두산 윤석민)
난 정말 내 직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처음 프로 계약을 했을 때 주변에서 "너는 직구가 좋으니 그걸 자주 던져라"라고 해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구위는 상대하는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구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더라도, 팔 스윙이 숨겨져 나오는 스타일이라 타자들이 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투수에게는 직구를 자신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던지는게 가장 큰 무기다.
-한국 투수들은 피칭을 할 때마다 로진을 만지는 편이다. 하지만 유먼은 더운날에도 로진을 바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인가? 공이 미끄러지지 않는지는 궁금하다.
(노경은에게 자신의 작은 투구습관에도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했다.) 영업 비밀인데 나는 손가락에 땀이 조금 있는게 좋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도 땀이 많이 나 로진을 가끔 쓰기는 한다. 단, 한국 투수들처럼 잡아서 몇 번씩 툭툭 던지고, 로진 가루를 입으로 불고 하지는 않는다. 한국 투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공을 던지는 팔 전체가 하얗게 변할 것 같다.(웃음)
-야구 인생 중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고, 도움을 많이 주는 선수는 누구인가? (롯데 홍성흔)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는 켄 그리피 주니어다. 나와 다른 투수가 아닌 타자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나 전반적인 플레이가 선수들이 보고 배울게 정말 많다. 나와 같은 좌완 투수인 랜디 존슨, 그리고 지금 한화에서 던지고 있는 박찬호도 좋아하는 선수였다. 한국에서는 모든 베테랑 선수들을 존경한다. 한국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전수해준다. (질문 후 홍성흔이 자신을 지목해달라는 의도인 것 같다고 하자 유먼은 껄껄 웃으며 "나는 홍성흔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한다. 내 큰 형님이다"라고 밝혔다. 유먼은 '유먼에게 홍성흔이란?'이라는 정근우(SK)의 질문에도 "나의 한국 생활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형님"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눈에 홍성흔은 긴장할 때와 집중할 때의 타이밍을 정말 잘 아는 훌륭한 선수로 보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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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건 대만보다는 한국 프로리그의 수준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도미니카 윈터리그는 한국에서 잘 던지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비력은 정말 한국이 최고다. 동료들의 수비가 올시즌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시즌을 마친 후 계획이 궁금하다. 롯데와 재계약해 한국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일본으로 갈 것인가? (한화 바티스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답했다.) 롯데는 처음으로 나에게 큰 기회를 준 구단이다. 일본행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아직 나에게 직접적인 제안이 들어온 것도 없다. 만약 롯데가 내년 시즌에도 나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이곳에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 충성심도 높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기회를 준 롯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부산과 롯데가 정말 좋다.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내 선택은 롯데가 될 것이다. (유먼은 일본행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도 내놨다. 유먼도 프로 선수로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을 인정했다. 다만, 천문학적인 액수 차이가 아니라면 물가가 비싼 일본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