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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8개 구단의 최종목표는 우승이고, 최소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타깃으로 잡고 시즌을 시작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성적을 보면 8개 구단이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으로 명확히 갈라졌다. 강팀과 약팀, A클래스 팀과 B 클래스, 1부 리그와 2부 리그 팀의 고착화다. 지난 몇 년 간 SK, 삼성, 롯데, 두산에 KIA가 '그들만의 리그'를 펼쳤다. LG와 한화, 히어로즈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들러리 신세였다.
5위까지 범위를 확대해보면, A클래스 팀들의 강세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2008년 5위에 오른 한화를 빼고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SK,롯데, 삼성, 두산, KIA가 1~5위에서 순위만 바뀌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9월 9일 현재 삼성 롯데 SK 두산 KIA가 1~5위에 랭크돼 있는데, 지난해 정규시즌 1~5위에 올랐던 팀과 순위만 다소 바뀌었을 뿐 팀의 면모는 똑같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세이부 라이온즈, 니혼햄이 주도하는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 드래곤즈가 1~2위를 독식하는 센트럴리그와 비슷해진 것 같다. 일본 프로야구는 1~3위가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나간다.
한국프로야구가 메이저 팀과 마이너 팀, 두 부류로 나뉘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은 결국 투자에 달려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다. 2000년 와이번즈의 이름으로 리그에 뛰어든 SK는 창단후 3년 간 하위권을 맴돌다가 2003년 이후 신생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도약했다.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SK는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나갔다. 출범 초기부터 수준급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해 팀의 기틀을 다지고, 젊은 선수 육성을 통해 팀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SK는 이후 다소 굴곡이 있었으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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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즈의 모기업인 국내 최대기업 삼성그룹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축구, 남자배구 등 전 종목에서 제일주의를 내걸고 각 리그를 선도하는 팀이다. 최근 몇 년 간은 비교적 뜸했지만 삼성은 늘 선수 시장의 가장 큰 손 이었다. 에이스인 장원삼은 히어로즈, 주전 포수인 진갑용은 두산 출신. 외국인 투수 또한 자금에 구애를 받지 않고 최상의 선수를 영입한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은 6월 중순까지만 해도 5~7위에 머물렀으나 6월 말부터 서서히 치고올라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삼성답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유가 있다.
2000년대 초 4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롯데는 젊은 자원을 적절하게 키웠고, 두산은 삼성 SK같은 빅클럽에 비해 적은 구단 운영비로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다. 유망주를 발굴해 주축선수로 키운 지도자, 구단의 역량이 지금의 두산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KIA 또한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몰락한 LG, 타이밍 놓친 한화
프로야구가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뉜 데는 강팀들의 도약 못지 않게, 약팀들의 몰락이 큰 몫을 했다. 1990년대 초중반 LG는 신바람 야구를 내세워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구단주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야구 엘리트처럼 성장한 LG는 스마트한 느낌의 유쾌한 모범생같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러나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LG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역량있는 선수를 영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수혈됐지만 키워내지 못했다. 여러명의 사령탑이 거쳐갔는데도 생존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LG만의 단단한 근육을 만들지 못했다. 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팀에 충성도 결핍, 시즌 막판만 되면 일어나는 내부 분열, 프런트의 전문성 부족 등이 2류팀 LG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한화는 성적에 부침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낙오자, 꼴찌 단골팀이 아니었다. 2006년과 2007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등 프로야구의 당당한 주류였다. 그러나 일시적인 성과에 취해 적절한 시점에서 세대교체에 실패한 게 한화에 독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 팀의 주축이었던 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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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의 막내 히어로즈의 도전은 전반기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모기업에 운영비를 의존하는 기존구단과 달리 야구기업인 히어로즈는 한동안 1위를 달렸고, 메이저 팀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벽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적지 않았다.
프로야구 흥행에는 어떤 영향
강팀과 약팀이 명확히 갈라진 현상을 바람직하다, 혹은 그렇지 못하다고 딱 잘라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흥행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인기가 높은 특정팀들의 강세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흥행에 도움을 준다고는 할 수 없다.
매년 시즌 종료가 다가올수록 관중이 급격히 주는데, 대략 포스트 시즌에 나가는 4강 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경기에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순위싸움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펼쳐져야 팬들의 관심이 끝까지 이어진다. 1~2개 팀이 앞에서 독주를 하더라도 나머지 팀들이 근소한 차이로 순위를 다퉈야 흥미가 지속되는 것이다.
3약팀 중 히어로즈의 전반기 선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몇 년 간 이어져온 구도가 깨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분명한 것은 변화가 관심을 불어온다는 사실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최근 5년간 정규시즌 1~5위팀
2008년=SK, 두산, 롯데, 삼성, 한화
2009년=KIA, SK, 두산, 롯데, 삼성
2010년=SK, 삼성, 두산, 롯데, KIA
2011년=삼성, 롯데, SK, KIA, 두산
2012년=삼성, 롯데, SK, 두산, KIA
※올해는 9월 9일 현재
◇일본프로야구 최근 5년간 정규시즌 1~3위
퍼시픽리그
2008년=세이부, 오릭스, 니혼햄
2009년=니혼햄, 라쿠텐, 소프트뱅크
2010년=소프트뱅크, 세이부, 지바 롯데
2011년=소프트뱅크, 니혼햄, 세이부
2012년=세이부, 니혼햄, 소프트뱅크
센트럴리그
2008년=요미우리, 한신, 주니치
2009년=요미우리, 주니치, 야쿠르트
2010년=주니치, 한신, 요미우리
2011년=주니치, 야쿠르트, 요미우리
2012년=요미우리, 주니치, 히로시마
※올해는 9월 9일 현재. 1~3위가 클라이맥스시리즈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