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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외로운 고충을 알겠네요."
이 감독실의 주인이 한대화 감독에서 한용덕 감독대행으로 바뀐 이후 등장한 것이다.
감독실 구석에 자리잡은 무게 11kg짜리 덤벨 2개다.
한 감독대행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건강관리 수단이자 외로움의 상징이다.
그런 그가 감독대행이 된 뒤에 체력단련장에 운동하러 갔다가 쫓겨나고 말았다. 선수들과 함께 서스럼없이 함께 운동하던 코치 시절을 생각하고 운동기구에 앉았다가 김태균에게 익살스런 면박만 받았다.
코치면 몰라도 감독이 선수들 운동시간에 체력단련장에 와 있으면 선수들이 아무래도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게 된다는 김태균의 설명에 한 감독대행은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법. 선수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골라 훔쳐(?) 나온 것이 바로 11kg 덤벨인 것이다. 그래서 한 감독대행은 감독실에서 외롭게 덤벨과 씨름을 하고 있다.
그의 외로움은 감독실 뿐만 아니라 운동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요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배팅 훈련을 할 때마다 코치들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한 감독대행은 배팅볼 투수를 하고 싶어 하지만 코치들은 '명색이 감독 체면에 무슨 배팅볼 투수냐'며 만류하기 때문이다.
한 감독대행은 "나에게 배팅볼 피칭은 직업병이나 다름없다"면서 "코치 때처럼 훈련에 함께 동참하고 친화력있게 어울리고 싶은데 코치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직접 공을 던져주면서 선수들의 타격 컨디션을 관찰하면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배팅볼 피칭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감독 예우를 해주고 싶은 코치들과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롭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면증까지 생겨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감독대행은 감독대행직을 맡은(8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하루에 2∼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한다.
워낙 섬세하고 생각난 일을 곧바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다. 그가 잠못드는 밤을 이루는 결정적인 이유는 메모하느라 자꾸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닌 밤중에 메모를 하게된 이유는 감독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감독대행이라는 부담스런 임무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 잠을 이루기 힘든 그가 어렵게 잠을 청했다가도 다음경기를 위한 구상 등 온갖 생각과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게 마련이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를 해둬야 하는 습관이 있는 그는 결국 감독대행 이후 각종 생각이 훨씬 많아진 바람에 극심한 수면부족과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됐다고.
대신 대전의 집 근처 보문산과는 부쩍 친해졌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으니 일찍 집을 나와 보문산을 등산하게 된 것이다.
이래저래 외로운 한 감독대행은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의 말못할 고충이 얼마나 컸는지 정말 잘 알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