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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불렸던 일본인 투구 마쓰자카 다이스케(32). 한때 일본야구를 대표했던 마쓰자카가 요즘은 종종 '동네북' 신세가 된다.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해 초반 2년 간 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후 하향세다. 2007년 15승, 2008년 18승을 거둔 마쓰자카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16승에 그쳤다.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이 잡혀 전성기 때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 통산 50승에 1승을 앞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뉴욕 양키스의 구로다 히로키가 먼저 50승 고지에 올랐다.
승모근 부상에서 돌아와 처음 등판한 경기가 8월 2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 경기에서 마쓰자카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 뒤늦게 시즌 첫 승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50승째를 거뒀다. 마쓰자카는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다. 그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통산 50승 고지에 올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감격스럽지는 않다. 아내에게 혼나고 싶지 않아 승리구를 챙겼다"며 웃었다.
하지만 마쓰자카는 일주일도 안돼 다시 고개를 떨궜다. 지난 3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3⅔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5안타를 맞고 무려 6점을 내줬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마쓰자카는 "다시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9일(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선발 등판한 마쓰자카는 2회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즌 2승을 노렸던 마쓰자카는 1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에 4사구 4개를 내주고 5실점했다. 0-5로 뒤진 가운데 쓸쓸이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투구수는 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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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은 지난달 26일 1루수 애드리언 곤잘레스과 투수 조시 베켓, 외야수 칼 크로포드 등 연봉 '빅3'를 포함한 4명을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시켰다. AP통신은 보스턴이 이들 선수 4명을 보내면서 2018년까지 연봉 2억6100만달러(약 2962억원)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올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보스턴이 대대적인 팀 재편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보스턴이 올시즌까지 최근 4년 간 제대로 보여준 게 없는 마쓰자카를 계속 잡을까.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2007년 마쓰자카는 포스팅 시스템(공개입찰제)을 통해 보스턴에 입단했다. 당시 보스턴은 포스팅비로 세이부에 5111만달러를 내줬고, 마쓰자카와 6년 간 연봉 총액 5200만달러에 계약했다. 마쓰자카에게 보스턴 유니폼을 입히기 위해 무려 1억311만달러(약 1164억6000만원)를 쏟아부은 것이다.
마쓰자카가 지금까지 50승을 거뒀으니 1승당 206만2200달러(약 23억3000만원)인 셈이다. 마쓰자카가 2007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를 했다고 하지만 그가 몸값에 걸맞게 충분한 성적을 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