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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 감독, 신소정 작별선물 받은 사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06 18:28


양승호 감독의 배려 속에서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한 롯데 배트걸 신소정양. 부산=송정헌 기자



"그게 작별 선물이었나?"

6일 대전구장의 롯데 덕아웃에서는 롯데의 유명 배트걸 신소정씨(21)가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신씨는 지난 4일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전격적으로 그만두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신씨는 그동안 깜찍한 외모와 발랄한 행동으로 사직구장 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배트걸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신씨를 일약 스타로 띄워준 주인공은 양승호 감독이었다. 지난 5월 19일 부산 KIA전 4회 롯데의 공격때 강민호가 결정적인 좌월 스리런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자 양 감독은 장난기가 발동해 신씨를 앞세웠다. 당시 1루 측 배트걸을 맡고 있던 신씨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적극 권유한 것이다. 결국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강민호는 배트걸에게 먼저 하이파이브를 한 뒤 양 감독과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 장면은 TV 중계 화면과 사진 보도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고, 신선한 즉흥 이벤트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음지에서 일하던 신씨를 무대 위로 데뷔시키는 '사건'이기도 했다.

우연찮게 신씨를 야구계 스타로 만들어 준 양 감독으로서도 신씨의 사퇴가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양 감독은 이날 "그동안 경기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제(5일)서야 소정양이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배트걸이 그만둔 것도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껄껄 웃었다.

이윽고 양 감독은 신씨와의 마지막 조우를 떠올리며 "아, 그렇구나. 그 때 그 친구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더니 그게 작별인사였구나"라며 무릎을 쳤다.


양 감독과 신씨의 마지막 추억은 이랬다. 지난 2일 사직구장에서 LG전을 치르기 전이었다. 신씨가 갑자기 감독실을 방문해 빵을 건네주더란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제법 예쁘게 장식된 빵이었다. 신씨는 빵을 건네주며 "감독님, 이 빵은 오래 놔두면 상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경기 끝나고 숙소 돌아가시면 꼭 챙겨드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양 감독은 이튿날 신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매니저를 통해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매니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휴대폰이 꺼져있고 연락이 안됩니다"였다.

결국 양 감독은 신씨가 2일 LG전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뒤 훌쩍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양 감독은 "여자한테 선물받았다는 얘기가 나가면 우리 사모님한테 혼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신씨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못내 눈에 밟히는 눈치였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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