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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만큼은 도와줘야지…."
이 과정에서 류현진 김혁민 김태균 등 주요 선수들이 내뱉은 소감이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 감독을 언급했다. "떠나신 감독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했다", "한 감독이 계실 때 승리를 거뒀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는 게 요지였다.
이같은 멘트 가운데 한 감독의 마음을 유독 짠하게 만든 이는 누구였을까. 뭐니뭐니 해도 류현진일 것같다.
한 감독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장 눈에 밟힌다. 10승 도전만큼은 꼭 밀어주고 싶다"며 언급한 이가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류현진 자신도 지난달 31일 KIA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10승 도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듯이 한 감독도 류현진의 10승 도전을 도와주는 것을 탈꼴찌와 함께 시즌 마지막 소망으로 삼았다.
류현진은 올시즌 야구판에서 널리 확인된 바 대표적인 비운의 에이스라는 사실을 한 감독은 잘 알았다.
류현진은 열악한 팀 여건으로 인해 22경기에 출전해 6승8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도 두 자릿수 승수를 놓친 적이 없는 터라 구단과 팬들의 충격이 크다.
이제 시즌 10승의 꿈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올시즌 내내 류현진을 안쓰러워 했던 한 감독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한 감독은 "현실적으로 (10승 달성이)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잘 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류현진의 등판 순서 만큼은 절대 거르지 않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한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남은 일정에서 류현진의 등판 기회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우천취소 등 돌발변수로 인해 류현진의 등판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다음 투수의 등판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류현진의 등판 횟수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한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난조보다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승수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던 것 때문에 류현진에게 미안했던 만큼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10승 도전을 도와주고 싶었던 게다.
한 감독이 떠난 이후 우천취소 2경기가 있었지만 한화는 류현진의 등판 순서를 건너뛰지 않고 이틀 미뤄서라도 등판시키며 한 감독의 구상을 이행했다.
현재 우천취소로 미뤄진 경기까지 감안하면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상 류현진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발 기회는 6번 정도다. 4승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도 적거니와 예상 상대팀으로 볼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화의 남은 일정대로라면 류현진은 앞으로 삼성과 2차례로 만나고 나머지는 롯데, SK, 두산, KIA를 각각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과 삼성이 큰 걸림돌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두산전 1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2.00으로 고전했다. 삼성전에서는 2경기 1패에 평균자책점 10.00이다.
이에 반해 롯데(4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2.89), SK(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2.52), KIA(5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00)와의 대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류현진의 승리를 밀어주기 위해인지 하늘도 살짝 도왔다. 우천쉬소 경기가 발생한 덕분에 오는 6일부터 예정된 롯데와의 4연전에 당초 예정되지 않았던 류현진의 등판 순서가 걸렸다.
우천취소로 인해 10월 2일 이후로 미뤄진 마지막 KIA전 역시 류현진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한화는 앞으로 이같은 모든 변수를 감안해 류현진의 '10승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 감독은 떠나기 전 류현진의 10승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류현진이 등판하더라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상대 타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같으면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면 상대팀에서 '접고가자(잡히는 경기로 간주하자)'는 생각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시즌 한화 타선에서 여유있게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서 자주 패하자 류현진마저 만만하게 보인 나머지 상대 선수들이 피해가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경향이 심화됐다는 게 한 감독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류현진도 '류현진 별 거 아니더라 한번 붙어보자'며 맞서는 상대 타자들 때문에 더욱 힘들게 마운드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류현진의 기적같은 10승이 달성되려면 류현진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한화 타자들도 더이상 만만해지면 안된다.
한화가 시즌 막판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성의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