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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준비하고 있던 카드입니다."
21일 광주구장. KIA전을 앞두고 만난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2주 전부터 임정우를 선발로 투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FA(자유계약선수) 조인성의 이적으로 LG로 오게 된 그다. 보상선수 지명이 발표될 때 SK 측은 미래의 선발투수 한 명을 잃었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임정우는 지난해 입단한 SK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경기에 등판했다. 4경기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 2군에선 선발로 나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LG 역시 이런 임정우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보상선수로 영입한 뒤 지난 겨울, 임정우를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 임정우의 가능성에 주목한 구단 관계자는 "10승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선 선발등판시켜 직구만 66개를 던지게 하기도 했다. 결정적일 때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임정우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함이었다. 임정우는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안팎에서 기대를 모아왔던 임정우는 지난 5월 선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던 5월15일 인천 SK전에서 5⅓이닝 3실점한 데 이어 5월20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 5월26일 광주 KIA전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아슬아슬하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6월1일 잠실 한화전서 2⅔이닝 6실점으로 최악투를 펼친 뒤 2군에 내려갔다.
21일 광주 KIA전에서 임정우는 다시 씩씩한 모습을 되찾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낮게 들어가는 공은 KIA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이끌어냈다. 평소 좋은 날과 좋지 못한 날의 차이가 현격했지만, 이날만큼은 완벽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5이닝 동안 안타 5개와 4사구 2개를 허용했지만, 삼진 4개를 잡아냈다.
투구수는 74개였고, 직구(42개) 최고구속은 142㎞를 기록했다. 빠른 직구와 느린 직구를 함께 던졌고, 주무기인 슬라이더(19개)와 체인지업(6개) 제구도 완벽했다.
경기 후 만난 임정우는 "어머니께 더 빨리 승리를 안겨드렸으면 좋았을텐데 늦게 나와서 아쉽다. 그래도 시즌이 끝나기 전에 1승이라도 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어 "시즌 초 승리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승리하지 못해 팀 동료들에게도 죄송했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타선이 1회 선취점을 내고, 4회까지 대거 8득점하는 등 임정우의 첫 승을 도와줬다. 임정우는 "항상 1회를 잘 못 넘기면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오늘은 특히 1회를 잘 넘기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임정우는 그동안 2군에서 투구 밸런스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 기복이 심한 피칭의 이유가 바로 밸런스 문제였던 것. 임정우는 "2군에서 기복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밸런스만 생각하고 공을 던졌다. 아직까지 완벽치 않다"고 말했다.
임정우는 밸런스 문제로 느린 직구를 섞어 던졌다고 했다. 흔히 투수들이 '직체'라고 부르는 공이다. 임정우는 "밸런스가 완벽히 잡히면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이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모두들 어려워 하는 첫 승, 이제 그 관문을 넘어섰다. 임정우의 프로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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