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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발 야구를 한 것이 얼마만인가?"
지난달 25일 잠실 LG전부터 두산 선발들은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갔다. 니퍼트-김선우-이용찬-노경은-김승회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이제는 확고해진 모습이다. 두산 선발진이 이렇게 강했던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나 다름없다. 그해 리오스가 15승, 랜들이 12승, 박명환이 11승을 올리며 마운드를 호령했다. 일부에서는 "두산 마운드는 선발진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그대신 불펜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두산 마운드에 허점은 없어 보인다.
두산이 '선발 왕국'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투수 출신인 김진욱 감독의 마운드 운용 방침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취임 당시 "구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선발이 강해야 한다고 본다. 향후 10년간 마운드를 책임질 토종 선발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투수진에 변화를 줬고 젊은 선발투수들을 키웠다. 노경은과 이용찬이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았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있어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 우천으로 등판 일정에 변화를 줘야 할 때 아예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해당 선발이 무리하게 이닝을 더 소화하려고 할 경우 투구수와 구위를 철저히 따져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강판을 결정하기도 한다. 올해 두산 선발투수들에 대해 투구수 논란이 인 적은 한 번도 없다.
원투펀치인 니퍼트와 김선우의 노련한 레이스 운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산은 지난 겨울 미국까지 날아가 니퍼트와의 재계약에 정성을 들였다. 실력과 인품에서 니퍼트만한 용병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니퍼트는 6월30일 잠실 롯데전서 시즌 9승을 거둔 이후 한 달여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2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스스로 부진하든 승운이 따르지 않든 절대 페이스를 바꾸거나 등판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김선우는 유독 올시즌 슬럼프가 길었다. 지난달 17일 광주 KIA전에서 무려 56일만에 시즌 3승을 따냈다. 승리가 없던 55일 동안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로테이션을 절대 거르지는 않았다. 김선우는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며 컨디션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두산이 이날까지 거둔 48승 가운데 선발승은 33승이다. 삼성은 50승중 41승이 선발승이다. 두산의 목표는 삼성이다. 양대 '선발 왕국'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다면 명승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선발진 전력이 엇비슷한 팀간의 경기는 승부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