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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국인 투수 스캇 프록터가 세이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만일 프록터가 세이브왕에 오르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다면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프록터는 마무리로서 확실한 믿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날 삼성전서 프록터가 9회 등판하자마자 선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두산 김진욱 감독은 마운드로 향했다. 1점차이기 때문에 프록터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기 위한 의도였다. 김 감독은 "주자 신경쓰지말고 편안하게 던지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프록터는 진갑용을 희생번트 아웃시킨 뒤 채태인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강봉규를 직구로 3루수 파울플라이로 각각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프록터는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오승환이나 김사율과 비교해 제구력이 불안해 보인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를 보면 오승환과 김사율은 각각 0.83, 1.07으로 1.23을 기록중인 프록터보다 훨씬 좋다. 피안타율은 프록터(0.237)와 김사율(0.242)이 엇비슷하고, 오승환(0.179)이 가장 낮다. 그러나 경기당 볼넷 허용은 프록터가 3.03개로 오승환(2.00개)과 김사율(1.42개)보다 훨씬 높다. 즉 직구의 위력은 오승환과 맞먹지만, 이를 컨트롤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프록터의 주무기는 150㎞를 웃도는 강력한 직구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을 멀리 벗어나는 공이 종종 눈에 띈다. 볼넷이 많은 마무리 투수는 불안감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다. 프록터의 표정에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 흐르지만, 가끔 승부욕이 과한 나머지 제구력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렇지만 김사율 오승환과 달리 아직 피홈런과 사구가 없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사항이다. 제구력 불안의 폐해를 최소화시켜주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직구만 던져도 승부가 된다"는 두산 전력분석팀의 이야기대로 강력한 직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프록터는 호투를 이어가던 지난 6월초 연속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감을 노출한 바 있다. 그런 후반기 들어서는 3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프록터가 안정을 찾으면서 두산도 상승세도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 출신인 프록터는 더위에는 강한 편이다. 국내 타자들에 대한 적응은 이미 마쳤고, 이제는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쓰면 되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