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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건에 대해 선수들이 직접 발벗고 나섰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25일 임시총회를 열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최근 10구단 창단 승인을 무기한 보류한 결정에 대해 "올스타전을 보이콧하겠다"고 합의했다. 만약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한 선수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책도 내놨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다. 이에 KBO와 각 구단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까. 스포츠조선이 총회에 참석한 각 구단 선수들을 통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각 구단 대표들, 예상보다 10구단 창단에 대해 진지했다."
"솔직히 박충식 사무총장이나 박재홍 회장, 그리고 일부 의견이 있는 선수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동의를 얻는 수준에 그칠줄 알았다"고 말한 A구단의 B선수는 "선수들이 10구단 창단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다. 모두들 진지한 자세로 회의에 임했고 자신, 그리고 소속구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총회 참석 전, 올스타전 보이콧에 대해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었는데 파업 얘기까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올스타전 보이콧이란 강경 대응책에 대해 반대한 구단, 선수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C구단은 "단 1명이든, 10명이든 올스타전을 거부한 선수가 출전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다른 구단의 대응과 상관없이 무조건 후반기 리그 경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야구인으로서, 선수들의 진심이다."
D구단의 E선수는 "총회에 참석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라"라고 얘기했다. 무슨 뜻일까.
이날 총회에는 각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선수협 이사와 각 구단의 대의원들은 팀 내에서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뽑히기 때문이다. 박재홍 회장(SK)를 비롯해 류현진(한화) 진갑용 최형우(삼성) 조성환 강민호(롯데) 정근우 박정권(SK) 이택근(넥센) 이범호 김상현(KIA) 이용찬 오재원(두산) 등 선수들의 면면은 국가대표급.
만약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거나 팀 내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선수들이 주축이 돼 이런 실력행사를 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이해관계를 따졌을 때 10구단 창단이 자신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절실한 사람들 말이다.
E선수는 "솔직히 얘기해보자. 이날 총회에 참석한 선수들은 현재 연봉도 많이 받고 팀 내에서 입지가 확실한 선수들이다. 냉정한 말로 9구단, 10구단이 생기든 말든 자신들이 야구를 하고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뜻"이라며 "이 선수들이 징계를 받고, 자신들이 손해를 입을 위험까지 감수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자신들과 함께하는 동료들, 그리고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미래의 꿈나무들을 위해서 10구단 창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10구단 창단보다 1개 구단 해체가 더 빠르지 않겠나' 의견에 공감대
문제는 선수들이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대응책을 왜 선택했느냐이다.
F구단의 G선수는 "이날 현장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무슨 얘기일까. 결국 이번 기회에 10구단을 창단하지 못하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10구단 창단은 힘들어짐은 물론, 곧 8개 구단 체제로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2013 시즌부터 9구단 체제로 운영이 되면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속출할게 뻔하고 그 때 가서 "역시 9개 구단 체제는 무리다. 8개 구단 체제가 알맞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10구단 창단 논의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마당에 다시 논의를 시작, 팀 창단 작업을 거치고 2군리그에 참여한 후 1군에서 정식 경기를 하려면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1개 구단을 흡수시켜 운영도 편하고 경기력도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KBO와 각 구단 이사회가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NC가 2013 시즌 곧바로 1군에 합류한다는 결정이 내려질 때 롯데 등 9, 10구단 창단을 반대해온 구단들이 크게 반대의사를 내지 않았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하루 빨리 9구단 체제의 문제점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것도 이 시나리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