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이 따로 없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 카메라를 비롯해 취재진, TV 중계 해설진까지 10여명이 경기 전 덕아웃에 몰려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왜 이리 취재진이 많냐"며 "마치 포스트시즌 치르는 것 같네"라며 웃었다. 김성근 감독도 2군 최고의 '빅카드'라는 설명에 비가 올듯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빅'이 아닌 '비'카드 아니냐"면서 "그동안 경기할 때 조용해서 좋았는데 오늘은 아니겠네"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난해 6월 12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SK 감독으로 만난 이후 1년 하고도 3일 만의 재회. 함께 얼굴을 맞댔을 때는 농담을 나눴지만,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승리에 대한 집념은 1년 전 못지 않았다. 이날 고양이 1회 2점을 선취했지만, 나성범이 2점포를 포함해 12안타를 집중시킨 NC가 6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이 오후 1시 경기에 앞서 오전 11시30분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감독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배 김경문 감독이 3루측 덕아웃을 찾아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살쪘네. 배도 나오고. 좋아보이는군." 김성근 감독이 칭찬인지, 견제구인지 모를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멋쩍은 듯 웃으며 "내년에 1군에 가면 빠지겠죠"라고 응수했다. 김성근 감독이 "잘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외국인 선수와 FA 영입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하자, 김경문 감독은 "맞습니다. 투수 보강에 신경쓸 생각입니다. 8개 구단의 20명 보호선수 이외에 뽑아올 8명의 선수도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우리 고양 선수들도 10명만 보호선수로 묶을테니 1명 뽑아가라"며 웃었다.
두 감독은 NC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의 대주주가 넥슨으로 바뀐 문제, 2군 일정 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1루측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김경문 감독을 향해 김성근 감독은 "오늘 살살해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감독은 경기 내내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기고 싶었다"
김경문 감독에게선 이날 경기 전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과는 1년 만의 재회다. 그런데 아무래도 프로팀이 아니다보니 신경이 쓰인다. 최선을 다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지 않냐"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그냥 오늘 우리가 이기고, 일요일에 져서 공평하게 1승1패만 하면 괜찮은 그림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날 1회부터 선발 원종현이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하자 ⅓이닝 만에 황덕균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경기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어휴 포스트시즌이 따로 없네, 힘들어"라고 말한 김경문 감독은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기에 1회부터 총력전을 펼쳤다. 김성근 감독님께는 그동안 많이 지면서 배웠는데, 첫 경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기고 싶었다. 다른 경기보다는 번트나 히트앤런 등 사인을 자주 냈다"고 털어놨다. 이날 2점포를 날린 팀의 간판타자 나성범도 "별 말씀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감독님이 이번 3연전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선수들이 더 집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내년 일정을 보니 4월 2일 첫 마산구장 홈경기를 하더라. 마치 날 받아 놓은 사람처럼 벌써부터 긴장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10개월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 "나성범, 조평호 등 중심타선에 대한 구상은 어느 정도 끝났지만 나머지 타순은 계속 시험을 하고 있다"는 김경문 감독은 "시즌 초반 의욕이 앞선 선수들이 좋은 감각을 유지하다 지난달 중순부터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시즌 내내 고른 경기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위 2개팀인 한화, KIA나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는 6개팀 감독들 모두 죽을 맛일 것"이라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무래도 내년 우리를 집중 타깃으로 들어올 팀이 많을 것이다"고 했다.
시즌 후반부터는 번트나 슬러시 등 세밀한 플레이도 준비할 예정이라며 "외국인선수는 투수 중심, FA는 팀의 구심점을 잡아줄 선수 영입을 구상중이다. 어쨌든 우리의 슬로건대로 '거침없이' 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승은 너무 소중하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에 앞서 "오랜만에 지방원정 경기를 왔다. 놀러온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외국인 선수 타일러 럼스덴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슝디 엘리펀츠에서 10승을 기록한 고양의 사실상 에이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으면 상대팀이 우리를 우습게 안다. 최선을 다해야 상대도 열심히 우리와 맞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럼스덴은 2-2 동점이던 5회말 NC 마낙길의 타구에 맞아 교체됐다. 김성근 감독은 이후 마무리 용병 고바야시를 비롯해 무려 6명의 투수를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다. "럼스덴이 불의의 부상으로 일찍 내려온 것이 아쉽다"는 김성근 감독은 "김경문 감독과는 라이벌이 아니다. 다만 남은 2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볼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머지 주말 2경기에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센디 레알을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독립야구단을 이끌고 있지만 승리를 향한 김성근 감독의 열정은 변함이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1군 프로야구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감독이나 선수 모두 1승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접전을 펼치고 있어 팬들은 재밌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리그 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를 잘 못 한 것이다. 감독들은 선수들과 타협한 셈이고, 선수들은 자기 계발을 게을리했다"고 일갈했다.
또 "10구단 창단이 고민할 문제인가. 선수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고만 얘기한다"며 "야구의 기반이 말라가고 있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