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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장 연장혈투 끝에 얻은 두가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6-04 10:03


한화 이대수가 2군을 다녀온 뒤 완전히 달라진 안정감으로 부실했던 한화 수비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안풀려도 이렇게 안풀리나."

3일 LG와의 원정경기를 끝낸 한화를 두고 구단 안팎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한화는 이날 올시즌 최장시간의 기록(4시간51분)을 세우면서까지 12회 연장 사투를 벌였지만 7대7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하위 한화가 아쉽게 놓친 경기는 사실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LG전은 올시즌 처음으로 1, 2회 대량 득점하며 7-1로 여유있게 앞섰던 터라 더 미련이 남는다.

1승이 아쉬운 한화 입장에서는 다잡은 고기를 놓친 데다, 놓친 고기를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마저 아쉽게 날렸으니 허탈감이 크다.

그렇다고 마냥 낙담만 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다고. 벼랑 끝 한화가 최장시간 혈투에서 찾은 청신호 2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2군 다녀온 이대수 명품수비 되찾다

한화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는 선수 운용법이 있다. 2군 처방법이다. 최진행이 대표주자다. 4월 평균 타율 8푼8리 밖에 안되는 극심한 타격 부진 때문에 2군 강등조치를 당했던 최진행은 1군으로 복귀(5월 6일)한 이후 3할8푼5리의 완전히 달라진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 3일 LG전에서 이틀 연속 3점포를 터뜨리는 등 불과 1개월새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4번타자 김태균(5개)을 추월했다. 2군행 극약처방을 받은 이후 정신 제대로 차렸다는 칭찬이 나올 만하다. '2군효과' 대열에 보기좋게 가세한 이가 이대수다. 이대수는 지난달 16일 2군에 내려갔다가 29일 복귀했다. 눈에 띄게 저하된 수비력이 문제였다. 지난해 실책이 적다는 장점을 높게 평가받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2군으로 강등되기전 30경기에서 8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당시 실책 랭킹으로는 전체 1위의 불명예였다. 하지만 2군의 쓴약을 먹고 난 뒤 완전히 달라졌다. 6경기에서 실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소 무거워 보였던 몸놀림이 지난해처럼 날렵함을 되찾은 데다 정확한 송구까지 겸비한 모습이다. 이 덕분에 0.934에 불과했던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이 1.000으로 정상을 회복했다. 3일 LG전 7-5로 앞서있던 5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서 LG 박용택의 빨랫줄같은 타구를 그림같이 다이빙 캐치한 뒤 병살로 처리한 장면은 달라진 이대수의 본보기였다. 타점보다 소중한 이 명품수비가 아니었다면 한화는 패했다.



무명 불펜 정민혁의 재발견

한화는 이번에도 바티스타가 불을 지르는 통에 또 가슴을 쳤다. 팀의 핵심 마무리 카드인 바티스타는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고 있는 게 골칫거리였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에서 2-2 동점 상황에 등판했다가 안타와 볼넷 2개씩 내주며 패전투수가 된 바티스타는 3일 LG전에서도 눈 앞에 둔 승리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7-5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으나 안타 2개와 도루 2개를 연거푸 허용하며 1점 차로 쫓기더니 폭투까지 곁들여 어이없게 동점을 허용했다. 9회 선두타자 정성훈부터 볼넷으로 보내니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 선발 마일영의 조기 추락으로 중간계투를 총 동원한 터라 남은 선수라고는 정민혁 밖에 없었다. 프로 6년차인 정민혁은 1군 출전 기록이라고는 2007년(1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3.86)과 2011년(12경기, 평균자책점 8.38)이 전부였다. 올시즌에도 이번 LG전 이전까지 7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8.31로 그저 그런 불펜자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서 빛났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LG 타자들을 압도하는가 하면 실점위기에서도 돌부처같은 담대함으로 맞대응하며 팀을 패배위기에서 구했다. 4이닝 3탈삼진 1안타 무실점. 이날 한화 마운드에 오른 7명의 투수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최고 성적으로 막아냈다. 더이상 남은 카드가 없어서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투입했던 팀으로서는 흙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이다. 연장 12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위기에서도 2루 견제구를 던지는 대범함을 보였던 정민혁. 이에 대해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배짱과 침착성이 정말 대단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티스타 딜레마에 빠진 한화에게 정민혁은 이번 연장혈투가 안겨준 선물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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