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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포수 양의지, 팀 8연패 탈출 이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5-29 22:10


포수는 때로 '야전사령관'이라고도 불린다. 유일하게 다른 포지션의 수비수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수비 포메이션이나 경기 분위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운드에 있는 투수의 구위와 심리상태를 살피다가 필요할 경우에는 임의대로 마운드에 올라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만큼 순간 판단력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판단력과 리더십 뿐만 아니라 세부 기술로 투수리드 능력과 송구능력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전부 다 갖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전 포지션 가운데 포수를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두산은 전통적으로 포수를 키우는데 있어서는 발군의 능력을 보여왔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전 감독이 2004년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7년반 동안 지휘봉을 잡으면서 특히 좋은 포수들을 많이 성장시켰는데, 2010년 신인왕을 수상한 양의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직해보이지만 영민한 투수리드와 강한 송구능력에 2010년 20홈런을 터트린 장타력까지 갖췄다.

그런 양의지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기량을 화려하게 선보이며 팀을 홈 8연패의 늪에서 탈출시켰다.

양의지는 29일 잠실 KIA전에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우완 선발 이용찬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는 투수리드와 송구능력 그리고 장타력을 전부 유감없이 발휘해 팀의 4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용찬의 6이닝 1실점 호투는 포수 양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이날 이용찬은 1회초부터 제구력이 크게 흔들렸다. KIA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스트라이크 1개를 잡은 후 연속으로 볼 4개를 던져 출루시키고 말았다. 최근 무서운 타격 상승세로 6연승을 거둔 KIA가 초반 기세를 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 양의지가 나섰다. 이용규의 2루 도루 시도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낸 것.

일단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이용찬의 제구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후속 김선빈에게 이번에는 우전안타를 맞았다. 두산 배터리를 만만히 본 것일까. 1루에 나간 김선빈은 또 2루를 노려 뛰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양의지의 미사일같은 송구에 막혔다. 만약 이용규와 김선빈의 도루가 모두 성공했다면 대량실점이 가능한 상황이다. 양의지의 연속 도루 저지는 홈런이상의 효과를 전해준 것이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자 이용찬은 3회부터 안정감을 되찾았다. 양의지는 노련한 투수리드로 KIA 타선의 집중포화를 피해갔다. 그리고는 타격에서도 2루타 2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양의지는 "그간 홈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겨서 좋고 연패를 끊는데 일조해서 더 좋다"면서 "1회 도루 저지는 타이밍이 좋았고, 꾸준한 연습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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