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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신인 투수가 선동열 감독의 말문을 틔웠다.
KIA 불펜 투수 박지훈. 그의 이야기가 나오자 선 감독은 완급조절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에이스 윤석민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이?날인 24일. 박지훈의 피칭에 대해 묻자 선 감독은 "빠른공과 느린 공의 속도 차이가 컸다. 그게 통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 감독은 "빠른 공과 느린 변화구의 속도 차가 클수록 효과적이다. 차이가 30㎞쯤 나면 좋다"고 말하며 '반대 투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버리는 공도 의미있게 던져야 한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느린 공을 보여줘야 하고, 바깥쪽을 던지기 위해 몸쪽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자고로 빠른 직구를 정확하게 제구할 수만 있으면 10승 투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하나 있으면 5승을 보탤 수 있다. 유심히 보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민에 대한 조언도 던졌다. 선 감독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데 10㎞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타자 눈을 현혹할 수 있는 느린 변화구를 조금 더 던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타자들과의 승부가 쉬워지고 투구수 관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한화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윤석민은 총 104개 중 직구(48개)와 슬라이더(33개)를 81개 던졌다. 80%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러다보니 강동우, 장성호, 김경언 등 노련한 타자들의 커트로 투구수가 많아졌다. 탈삼진도 2개 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선 감독은 "작년 처럼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가 압도적 위력이 있다면 굳이 느린 공을 던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석민이는 아직 지난해 만큼의 페이스는 아니다"라며 구종 다양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석민 본인도 "올해는 지난해만큼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던 부분.
박지훈으로 인해 야기된 선동열 감독의 완급 조절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신인 투수가 완급조절에 대해 국보 투수 출신 감독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세. '제2의 윤석민'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무서운 새내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