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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에게는 숨겨진 랩퍼 본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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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창창한 20대 중반의 박찬호는 LA다저스에서 본격적인 선발로 입지를 굳혀가던 시기다. 97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4승8패, 평균자책점 3.38)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때부터 5년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A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박찬호는 90년대 후반에 몰아친 IMF한파에 힘겨워하던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사랑받았다.
박찬호가 참여한 '제3의 눈'은 강렬한 록 비트의 기타사운드로 시작된다. 록의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이 노래에서 박찬호는 낮고 강한 힘이 실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랩을 한다. 그런데 가사가 심상치 않다. 보통 랩 파트는 피처링을 하는 사람이 직접 가사를 쓴다. 박찬호가 공동작사가로 표기된 것도 이 랩 파트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호의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해할 수 없다면 다시 생각해봐. 보이지 않는다면 조금 더 눈을 떠봐. 가슴엔 이글거리는 태양을 담고서 너의 모든 전부를 던져라". 또 마지막 파트에서는 "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야"라는 내레이션도 담았다. 박찬호가 20대 초중반의 나이 때부터 열정과 도전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박찬호의 앨범 참여 사실은 14~5년전에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의 박찬호가 썼던 가사에 담긴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는 최근 연패에 빠져 허덕이는 한화 후배들에게는 또 다른 교훈이 될 만 하다. 박찬호의 가사처럼 '한화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