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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찬호, 알고보니 힙합앨범 참여한 랩퍼출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5-25 10:11


◇한화 박찬호가 최근 출연한 TV 광고의 한 장면.

한화 박찬호에게는 숨겨진 랩퍼 본능이 있었다.

최근 박찬호가 출연한 TV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모기업 계열의 보험사 광고를 찍었는데, 여기서 박찬호는 말쑥한 수트 차림으로 야구장을 배경으로 랩을 쏟아낸다. "야구를 그만두면 뭐하고 살까"라는 아내의 말과 "공이 예전같지 않다"는 감독의 말에 가슴이 콕콕 찔리고, 비만 오면 허리도 콕콕 쑤신다는 내용의 랩이다. 박찬호는 코믹한 장면도 간간이 보여주면서 아주 능숙하게 '라임(rhyme, 랩의 운율)'을 탄다. 언제 이토록 능숙하게 랩 연습을 했을까하는 의아함이 생길 만하다.

그런데 박찬호에게 힙합과 랩은 결코 낯선 장르가 아니었다. 알고보니 이미 힙합 뮤지션의 앨범에도 작사 및 랩 피처링으로 참여한 경험도 있었다.


◇98년 11월말에 발매된 힙합 뮤지션 이현도의 프로젝트 앨범 'D.O funk'에 박찬호가 작사와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박찬호는 8번 트랙 '제3의 눈'을 이현도와 공동 작사하고, 랩과 내레이션까지 소화했다.
딱 14년 전이었다. 국내 힙합 1세대이자 전설적인 듀오인 '듀스(DEUX)' 출신의 이현도가 솔로 데뷔 후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한상원 교수와 합작해 98년에 만든 프로젝트 앨범 'D.O.funk'에 박찬호의 가사와 목소리가 실려있던 것. 박찬호는 8번 트랙 '제3의 눈'이라는 곡에 공동 작사가로 이름이 기재돼 있다. 게다가 '박찬호61'이라는 힙합 스타일의 이름을 걸고 랩과 내레이션 피처링을 했다.

당시 창창한 20대 중반의 박찬호는 LA다저스에서 본격적인 선발로 입지를 굳혀가던 시기다. 97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4승8패, 평균자책점 3.38)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때부터 5년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A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박찬호는 90년대 후반에 몰아친 IMF한파에 힘겨워하던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사랑받았다.

그렇게 박찬호의 인기가 절정에 오를 무렵, 미국에서 친분을 나눈 절친 이현도의 앨범 작업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 작업은 97시즌을 마친 뒤 휴식기에 이뤄졌는데, 원래 이현도는 98년 4월에 발매된 자신의 정규 솔로 2집에 박찬호와 작업한 곡을 실으려 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인기에 영합하려 한다는 식의 비난을 우려해 98시즌이 끝난 뒤 11월 말에 발매한 2.5집 형식의 프로젝트 앨범에 넣었다.

박찬호가 참여한 '제3의 눈'은 강렬한 록 비트의 기타사운드로 시작된다. 록의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이 노래에서 박찬호는 낮고 강한 힘이 실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랩을 한다. 그런데 가사가 심상치 않다. 보통 랩 파트는 피처링을 하는 사람이 직접 가사를 쓴다. 박찬호가 공동작사가로 표기된 것도 이 랩 파트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호의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해할 수 없다면 다시 생각해봐. 보이지 않는다면 조금 더 눈을 떠봐. 가슴엔 이글거리는 태양을 담고서 너의 모든 전부를 던져라". 또 마지막 파트에서는 "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야"라는 내레이션도 담았다. 박찬호가 20대 초중반의 나이 때부터 열정과 도전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박찬호의 앨범 참여 사실은 14~5년전에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의 박찬호가 썼던 가사에 담긴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는 최근 연패에 빠져 허덕이는 한화 후배들에게는 또 다른 교훈이 될 만 하다. 박찬호의 가사처럼 '한화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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