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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성품이 온화하고, 조용하면서 쉽게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면 때로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가려서 조심스럽게 한다. 그렇다고 말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과거 사례와 선수시절 경험, 포지션별 특성, 야구 매커니즘까지 두루 해박하게 설명을 쏟아낸다.
지난 18일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김병현은 3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를 내주고 5실점(3자책점)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첫 실점을 한 김병현은 "맞더라도 1군 경기에서 맞고 싶다"며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변화구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으나, 구위를 시험해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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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투수의 근육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만든 것과 공을 던져 생긴 그것이 다르다고 했다.
현역시절 124승 73패, 평균자책점 3.12, 67완타를 기록한 김 감독은 레전드급 투수였다. 통산 다승 8위, 평균자책점 11위, 완투 5위에 올라 있다. 김병현의 1군 조기 합류 반대에는 이런 선수 시절 의 풍부한 경험과 코치, 감독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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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투수코치로서 정명원(두산 코치)과 정민태(넥센 코치)의 부상과 수술, 재활훈련, 복귀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수술을 받은 정명원이 재활치료와 훈련을 거쳐 6개월 만에 복귀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 본인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병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다시 몸이 말썽을 일으켰다. 결국 5~6개월이 지난 뒤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정민태도 2005년 어깨 수술 후 재활훈련을 거쳐 22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정명원과 정민태, 두 선수도 불펜이 지겹다며, 글러브를 내던지며 1군에 올려달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했다. 성급하게 결정해 낭패를 보는 것보다 느긋하게 황소걸음으로 준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김병현은 25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 한화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두산전에서 64개의 공을 던진 후 7일 만의 등판이다. 김 감독은 김병현의 상태가 좋으면 등판 간격을 좁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1군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김병현 등판 일지
순서=날짜=장소=경기성격=상대=성적=투구수=직구 최고 시속
1=3.29=부산=시범경기=롯데=1⅔이닝 1안타 무실점=43=145km
2=4.4=구리=2군 연습경기=LG=4이닝 무안타 5탈삼진 무실점=56=141km
3=4.18=목동=2군 경기=두산=3이닝 5안타 2탈삼진 5실점(3자책점)=64개=14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