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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탄생이다. 땅볼 유도형 투수의 성공이기에 더욱 반갑다.
LG 왼손투수 이승우가 2경기 연속 호투로 선발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스로 가치를 입증해내며 '표적 선발'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모습이다.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4⅔이닝 무실점으로 3대2 승리에 발판을 놓은데 이어 19일 청주 한화전에서도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도 팀은 연장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상대 선발이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왼손투수 장원삼, 류현진이었기에 더욱 놀랍다.
이승우의 무실점 비결은 땅볼 유도에 있다. 3회 1사 1루서 한상훈을 2루수 병살타로, 4회 2사 1,2루서는 최진행을 1루 땅볼로 요리했다. 5회 2사 3루서도 대타 이양기를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지만, 능구렁이 같은 이승우의 공은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조금씩 비켜갔다.
이승우는 이날 총 10개의 아웃카운트를 땅볼로 잡았다. 플라이아웃은 4개였다. 땅볼/뜬공 비율은 2.50. 첫 등판까지 포함하면 2.57이다. 팀내 선발투수 중 주키치(3.86)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이런 땅볼 유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이승우만의 독특한 직구다. 이승우는 직구 최고구속이 140㎞를 넘지 못한다. 130㎞대 중후반에서 형성되고, 투구수가 길어지면 130㎞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볼끝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보통의 포심 패스트볼과 달리 대부분의 직구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투심 패스트볼이나 싱커처럼 움직이다. 느리지만 꿈틀대는 직구로 정타를 피하고 있다.
LG로서는 이승우 같은 땅볼 유도형 투수가 성공하는 사실이 기분 좋을 수 밖에 없다. LG는 지난해 부실한 내야 때문에 날려버린 경기가 많았다. 8개 구단 중 두번째로 많은 97개의 실책을 범했다. 땅볼 유도형 투수는 내야수들의 도움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어이없는 에러로 투수를 힘들게 하거나, 내야를 뚫고 가는 안타성 타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반대로 촘촘한 내야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독특한 투구폼과 심한 무브먼트, 예리한 제구력을 가진 주키치는 땅볼 유도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시간이 지날 수록 땅볼/뜬공 비율은 떨어져만 갔다. 5월 2.05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지더니 7월부터는 1.00 밑으로 떨어졌다. 구위가 떨어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맞춰잡는 피칭에서 스스로 삼진을 잡아내려는 피칭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김기태 감독은 19일 이승우의 호투에 대해 "투수코치,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봐야겠지만 앞으로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를 1군에서 계속 머물게 해 고정 선발로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달라진 LG의 수비력을 입증해낸 이승우, 올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