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의 시즌 초반 타격 페이스가 눈부시다.
강정호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삼성 선발 차우찬과 구원투수 권오준의 공을 차례로 공략, 시즌 첫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다. 본인 통산 3번째. 홈런 4개로 이 부문 단독 1위인데다, 10타점으로 이 역시 선두다. 본인 통산 최다는 2009년 기록한 23홈런이다.
현재 뛰고 있는 유격수 가운데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강한 손목 힘이 타격에서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예년에 비해 간결해진 백스윙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5회 권오준의 낮은 직구가 실투가 아니었음에도 노리고 있다가 힘차게 배트를 돌리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유격수 홈런왕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역대로 대표적인 유격수 홈런타자는 빙그레(현 한화)의 장종훈이다. 장종훈은 90년 28개를 시작으로, 91년 35개 그리고 92년 41개를 때려내며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바 있다. 아무래도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크기에 거포들의 포지션으론 어울리지 않다. 장종훈도 93년을 기점으로 타격감을 유지시키고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루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초반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적이 있다. 전형적인 중장거리형 타자로, 타율이 좋다기보다는 찬스에서 강한 클러치 히터로서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 하지만 이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다. 타격감 슬럼프는 물론 수비까지 흔들렸다.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가 부진에 빠진 것을 보다 못한 넥센 김시진 감독은 강정호가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군행을 지시했다. 문책성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힘을 내라는 김 감독의 배려였다. 2009년, 2010년 두자릿수의 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결국 지난해 9홈런에 그쳤다.
올해는 훨씬 부담이 적은 상황.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택근이 3번, 박병호가 4번을 맡으면서 강정호는 5번으로 한단계 내려 앉았다. 아무래도 상대 투수들이 이택근, 박병호와의 승부에 집중하는 것도 강정호에게 유리한 대목. 게다가 뒤로 연달아 나오는 오재일 조중근 등 중고참 왼손 타자들도 한방이 있는 중장거리포이기에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서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한층 짜임새가 갖춰진 타선의 시너지 효과라 할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도 3홈런으로 이미 타격감을 끌어올렸던 강정호는 "나는 홈런 타자가 절대 아니다.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힐뿐, 홈런 페이스가 빠른 것도 아니다"라며 "힘이 있는 시즌 초반이라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정호의 롤모델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강타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이다. 로드리게스는 현재 3루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유격수로 뛰던 텍사스 시절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 52홈런, 57홈런, 47홈런을 각각 기록하며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오른 바 있다. 강정호는 로드리게스의 홈런 갯수 보다는 타점 양산 능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도 "수비의 핵이다보니 타격에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다만 찬스에서 타점을 올려주는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