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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시절 야구에 통달했다고 해서 '양신'으로 불렸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2012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올시즌 넥센은 4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야구인 대다수가 꼴찌후보로 꼽은 넥센이 4강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삼성과 SK, KIA,두산 등 4강 후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지만, 젊은 유망주가 팀의 주축이 된 다크로스 넥센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시즌 개막 때마다 쏟아지는 구태의연한 전망의 틀을 깬, 신선하면서도, 용감한(?) 전망이었다.
넥센은 16일 현재 3승4패로 삼성, KIA와 함께 공동 5위. 팀 당 7경기씩 치른 시즌 초반이지만 '양신'의 예상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아직 5할 승률 아래지만 지난해 꼴찌 넥센을 상대하는 팀들은 바짝 긴장을 한다.
양 위원이 올해 넥센의 선전을 점치며 내세운 선수가 좌완 투수 강윤구(22)와 4번 타자 박병호(2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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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막 첫 주부터 양 위원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SK전. 선발 등판한 강윤구는 6⅔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1회부터 7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잡았고, 4회에는 4번 안치용-5번 박정권-6번 조인성으로 이어지는 SK 중심 타자 세 명을 잇따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 9개로 한 이닝을 처리한 것이다. SK 4번 안치용은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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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도 양 위원의 30홈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박병호는 15일 대구 삼성전 3회 1사 만루에서 올 해 첫 아치를 그려냈다. 7경기, 27타석 만에 터진 마수걸이 홈런이자, 프로 데뷔 6년 만에 뽑은 첫 그램드슬램이었다.
김시진 감독이 원했던 바로 그 스윙이었다. 김 감독은 줄기차게 박병호에게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호쾌한 스윙을 하라고 주문해 왔다. 시즌 초반이기에 성급한 예상은 어렵지만, 박병호의 첫 홈런은 강렬했다.
'양신'의 전망은 어디까지 맞아떨어질까. 넥센팬 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인들이 넥센을 지켜보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