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의 족집게 전망, 강윤구-박병호 펄펄날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4-16 12:57 | 최종수정 2012-04-16 12:57


1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삼성전. 3회 만루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를 동료 선수들이 축하하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선수시절 야구에 통달했다고 해서 '양신'으로 불렸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2012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올시즌 넥센은 4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야구인 대다수가 꼴찌후보로 꼽은 넥센이 4강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삼성과 SK, KIA,두산 등 4강 후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지만, 젊은 유망주가 팀의 주축이 된 다크로스 넥센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시즌 개막 때마다 쏟아지는 구태의연한 전망의 틀을 깬, 신선하면서도, 용감한(?) 전망이었다.

넥센은 16일 현재 3승4패로 삼성, KIA와 함께 공동 5위. 팀 당 7경기씩 치른 시즌 초반이지만 '양신'의 예상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아직 5할 승률 아래지만 지난해 꼴찌 넥센을 상대하는 팀들은 바짝 긴장을 한다.

지난주 넥센을 상대로 1승1패를 기록한 이만수 SK 감독은 "지난해보다 훨씬 전력이 좋아진 것 같다. 넥센이 시범경기 2위를 했는데, 그냥 된 게 아니다. 만만한 팀에서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넥센과의 개막 2연전을 1승1패로 마무리한 김진욱 두산 감독도 "페이스가 올라와 있다. 껄끄러운 팀이다"고 했다.

양 위원이 올해 넥센의 선전을 점치며 내세운 선수가 좌완 투수 강윤구(22)와 4번 타자 박병호(26)다.


11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넥센 강윤구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양 위원은 "현역 때 강윤구의 공을 쳐봐서 잘 안다. SK 김광현처럼 공을 뿌리는 지점이 높고 공끝이 굉장히 좋다. 성장속도가 빨라 올시즌 충분히 10승을 가능하다"고 했다. 박병호에 대해서는 "소총과 대포는 스윙이 다르다. 그는 홈런스윙을 갖고 있다"며 신형대포의 탄생을 알렸다. 양 위원은 강윤규가 10승, 박병호가 타율 2할7푼-30홈런-80타점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윤구가 지난해 3승1패(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고, 박병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지난해 13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전망이다. 야구계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개막 첫 주부터 양 위원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SK전. 선발 등판한 강윤구는 6⅔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1회부터 7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잡았고, 4회에는 4번 안치용-5번 박정권-6번 조인성으로 이어지는 SK 중심 타자 세 명을 잇따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 9개로 한 이닝을 처리한 것이다. SK 4번 안치용은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삼성전. 3회 만루홈런을 터트린 박병호(왼쪽)가 다음 타석에서 1점 홈런을 쏘아올린 강정호(오른쪽)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날 강윤구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6km. 스트라이크존 좌우 측면을 낮게 파고드는 직구에 상대 SK 타자들은 곤욕을 치렀다. 양 위원의 설명처럼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나와 던지는 강윤구의 공에는 힘이 실렸다. 비록 6⅔이닝 동안 4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으나 강윤구의 올해 활약을 예고하는 역투였다. 강윤구는 17일 KIA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박병호도 양 위원의 30홈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박병호는 15일 대구 삼성전 3회 1사 만루에서 올 해 첫 아치를 그려냈다. 7경기, 27타석 만에 터진 마수걸이 홈런이자, 프로 데뷔 6년 만에 뽑은 첫 그램드슬램이었다.

김시진 감독이 원했던 바로 그 스윙이었다. 김 감독은 줄기차게 박병호에게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호쾌한 스윙을 하라고 주문해 왔다. 시즌 초반이기에 성급한 예상은 어렵지만, 박병호의 첫 홈런은 강렬했다.

'양신'의 전망은 어디까지 맞아떨어질까. 넥센팬 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인들이 넥센을 지켜보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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