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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완아, 넌 오늘 꼭 2개 쳐야한다. 알겠지?"
그런데 선 감독은 다른 타자들에게는 방망이를 1자루씩 주면서 나지완에게는 특별히 2자루를 줬다. 선 감독은 "나지완이 쓰는 방망이는 무거워서 다른 타자들은 쓸 수 없는 모델이다. 그래서 같은 스타일의 방망이 2자루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타자들은 자신의 타격 스타일에 맞춰 방망이의 무게나 길이 그리고 그립 형태를 골라 쓴다. 때문에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방망이는 쓰기 어렵다. 힘이 장사인 나지완은 평소 930g짜리 배트를 쓰는데, KIA 타자 중에서는 가장 무거운 배트를 쓴다. 선 감독이 사 온 배트 가운데에는 900g 대의 방망이가 2자루 있었는데, 이것을 쓸 타자는 나지완 밖에 없던 것이다.
결국 선 감독이 나지완에게 '멀티히트'의 특명을 내린 것도 방망이 2자루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나지완 역시 뜻하지 않게 받은 감독으로부터의 '특혜'에 보답하고자 자신있게 대답을 하게 된 사연이다. 나지완은 "원래 국내 M사로부터 배트협찬을 받는데, M사 담당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만큼은 감독님이 주신 배트를 쓰겠다고 했다. 일단 첫 타석에서 테스트를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새 배트와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졌을까. 나지완은 첫 타석부터 괴력을 발휘하면서 선 감독을 흡족케했다. 이날 2회 선두타자로 나온 나지완은 삼성 선발 윤성환의 3구째를 밀어쳐 우전 3루타를 친 것이다. 단타성이었는데, 삼성 우익수 우동균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놓치면서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나지완은 열심히 3루로 뛰어 살았다. 발이 느린 편인 나지완에게 3루타는 홈런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 데뷔 후 2008년 10월4일 광주 두산전에서 딱 한 차례 기록했을 뿐이다. 통산 2호 3루타를 친 나지완은 덕아웃을 바라보며 웃었다. SUN을 향한 고마움이 담긴 미소였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