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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캡틴' 진갑용, 잔소리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11:39 | 최종수정 2012-04-11 11:39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이 25일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진갑용이 훈련을 마치고 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2.25/

삼성 안방마님 진갑용(38)은 2011년 또 주장이 됐다. 갑작스럽게 삼성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2010년 주장 강봉규 대신 진갑용을 선택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주장을 하고 물러났으니까 3년 만이었다. 그해 류 감독과 진갑용은 국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모두 우승했다.

진갑용이 주장일때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 우승했다. 지난해, 2005년과 2006년 정상에 올랐다. 올해로 주장만 7년차. 지금까지 우승확률은 5할로 무척 높았다. 이쯤 되면 '타고난 주장'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진갑용은 "가장 이상적인 주장이 되려면 좋은 사람이면 안 된다"면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잔소리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들의 다수가 1억원이 넘는 거액 연봉을 받는 프로들이다. 따라서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잔소리가 잦으면 효력이 떨어진다. 진갑용은 "우리가 최근 LG와 홈 개막 2연전에서 졌지만 아직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잔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진갑용은 일단 덩치로 상대를 제압한다. 팀 후배들은 그를 듬직하게 생각한다. 키 1m82이고, 몸무게는 100㎏에 육박한다. 부산고-고려대 시절까지만 해도 진갑용이 이 정도까지 몸이 불지 않았다. 400m 달리기를 해 53초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표정에 변화가 없다. 이런 진갑용이 상대편에는 위협이 된다.

프로야구팀의 주장은 팀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한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따라서 흐름과 분위기를 많이 탄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다리 역할을 하는 주장이 위기 때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팀의 한해 농사를 좌우할 때가 종종 있다.

요즘 국내팀 중엔 주장 유니폼에 캡틴(Captain)을 의미하는 'C'를 박아주는 팀도 있다. 또 주장에게 매월 활동비로 별도의 수당을 챙겨주는 팀도 있다. 그만큼 주장에게 역할과 대우를 해준다.

진갑용은 "예전에는 거의 매일 저녁 후배들을 모아 밥먹이는 게 일이었다"면서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가족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면서 후배들과 예전 같이 자주 어울리지는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이 정한 규칙을 깨트릴 때는 따끔한 질책을 한다.

그는 40세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부동의 주전 포수다. 이정식 채상병 현재윤 등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아직 그 누구도 진갑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진갑용은 선수 은퇴 앞에서 당당했다. 그는 "최근 (이)종범이형 은퇴하는 걸 봤다"면서 "나도 (구단에서)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 둘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팀이 날 필요로 한다"고 했다.

진갑용은 1997년 OB(현 두산) 2차 1라운드 1순위로 프로에 입단, 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후 지금까지 줄곧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올해 그의 연봉은 4억원이다. 흔들림없는 주장이자 포수이기에 그는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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