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철저히 2인자였다. 무려 16년 동안 그랬다. 긴 터널을 지나와서일까. 그는 인터뷰 때마다 "앞으로도 2군 선수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주연이 될 뻔한 적도 있었다. 2006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 때 1-3으로 뒤진 8회말 대타로 나서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상대는 지금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선 오승환이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엔 아예 전력외로 분류됐고, 2010시즌 뒤엔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올시즌에는 당당히 1인자다. 그래도 그는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후배들의 장점을 어필하기 바쁘다. 올시즌 심광호와 함께 마스크를 쓸 유강남과 조윤준은 "정말 배울 게 많은 선배"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도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느라 밤을 지새우는 모습, 그리고 흐트러짐 하나 없는 평소 생활습관을 보며 그대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
심광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상대를 괴롭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 뿐이다. 타자의 생각과 역으로 갈 때, 그리고 또한번 역으로 갈 때를 구분해 수싸움을 펼친다. 그만의 투수 리드 노하우는 16년 동안 좋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결과물이다. LG 투수들은 심광호에 대해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포수"라고 말한다. 경기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어린 선수들은 특히 그렇다.
스무살 때 시작한 프로생활, 어느덧 서른여섯이 됐다. 보통 2군에서 맴도는 선수들은 서른이 되기 전 유니폼을 벗는 일이 많다. 아직도 공부하는 포수 심광호. 수많은 '마이너리거'들의 롤모델이자 희망이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