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이 올시즌에도 각자의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을 내걸고 2012시즌을 맞는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촌철살인의 솜씨와 팬들의 시선을 끌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재치와 함축미가 돋보여야 한다.
하지만 8개 구단의 캐치프레이즈를 살펴본 결과 함축미, 의미 전달성, 참신성 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포츠조선 야구 전문기자들이 '내멋대로' 랭킹을 매겨본 결과 기존의 캐치프레이즈를 재탕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성의가 없다는 평가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새로운 구호를 채택하려고 노력한 구단이 상대적으로 상위 랭킹에 올랐다.
단연 최우수 작품으로 꼽힌 것은 삼성의 캐치프레이즈였다.
'YES, One more time'. 한 눈에 봐도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에도 우승을 한 번 더해보자는 염원을 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척 간결하고, 말 한 마디로 전달하려는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쥬얼리'의 인기곡 제목(One more time)을 이용해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쉽도록 한 재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2위는 SK의 'Touch 와이번스 Go V4'다. 'Touch'와 'Go'의 두 단어에서 구단이 추구하는 두 가지 가치를 재치있게 담았다. SK는 팬들에게 더 다가가고 항상 접촉한다는 취지에서 'Touch'를 택했다.
문학구장의 지정석 화장실을 최고 수준으로 보수하고, 현장 마케팅 요원들이 관중의 불편사항을 즉각 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루지 못한 4번째 우승을 향해 전진한다는 의미까지 더해 일석이조의 염원을 함축했다.
3위를 차지한 롯데는 'Run for the 2012 Champ!'라며 올시즌 우승을 뜻을 담았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구호이지만 우승을 위해 선수들만 분발하는 게 아니라 팬과 프런트 모두가 함께 달려가자는 뜻을 함축한다는 의미에서 단순한 '가자(Go)'가 아니라 '달려가자(Run)'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시즌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의 '미리 먼저 생각하고 일찍 앞서 준비해 제대로 실행하자'는 평가 과정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작품이다. 마치 새마을 운동 시대 표어를 보는 것처럼 주절주절 너무 길고, 동원된 표현도 식상하다. 얼핏보면 촌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가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내 공모를 통해 의미있는 문장을 모두 나열해 만든 것인데 지난해 저조한 성적, 경기조작 여파를 딛고 구단 내부에서도부터 혁신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촌스러울 만큼 호흡이 긴 문장도 오히려 시선을 한 번 더 끌 수 있다는 역발상을 노린 듯하다.
나머지 5위부터 8위까지의 작품은 기존의 캐치프레이즈를 재탕한 것이어서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 5위 두산의 '2012 새롭게 허슬두!'는 그나마 팬 응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 저평가는 면했다.
하지만 '허슬두'라는 용어는 2005년부터 두산의 상징어로 자리잡아 온 것으로, 캐치프레이즈에서 또 등장한 것은 너무 식상했다는 느낌이다. 허슬두로 대표되는 두산 베어스만의 야구를 계승하고 보다 새로운 의지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자라는 의미라는 게 두산 구단의 설명이지만 '허슬두'를 너무 우려먹는 바람에 참신성에서는 저평가다.
6위 한화와 7위 KIA는 지난해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 가운데 한화의 'EAGLES! Fly High!'는 팀의 상징인 독수리의 특성을 잘 살려 높이 날아오르자는 염원을 담은 의미 전달성에서 KIA보다 좀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는 지난해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으니 올해는 반드시 날아보자는 뜻에서 캐치프레이즈를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KIA 역시 지난해 11번째 우승의 꿈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롭게 도전하자는 의미로 'New Challenge! Let's Go V11!'을 계승할 수 밖에 없었다.
넥센의 'Go for the Championship!'은 2009년부터 사용해 온 단골메뉴다. 다른 팀에 비해 새로운 맛이 크게 떨어진다. 우승할 때까지 계속 이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할 것이라는 구단의 소신이 일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넥센의 객관적인 전력상 현실성과 너무 동떨어진 구호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한편, 번외 최고의 작품은 NC의 '거침없이 가자!'다. 퓨처스리그 소속이라 정식 랭킹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최우수작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거침없이 가자!'는 이태일 구단 대표가 올해 초 시무식때 외친 구호가 캐치프레이즈로 굳혀진 것이다. 저돌적으로 전진하자는 신생팀 다운 패기와 열정이 잘 묻어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