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과 NHN, 선수 초상권 둘러싼 갈등 원인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3-23 15:48


'명분? 아니면 돈?'

7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국민스포츠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가운데 선수들의 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싸고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와 NHN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NHN은 지난 2011년 1월 선수협과 야구게임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실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5년짜리 초상권 라이선스 대행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NHN은 자사뿐 아니라 재판매 계약에 의해 타사의 야구게임에서 발생하는 총매출액의 4~5%를 선수협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초상권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임 선수협에서 이 계약이 불법적으로 체결됐다며 파기를 주장하고 더 나아가 로열티를 10%로 올리겠다고 나선 것. 이에 대해 NHN은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인정할 수 없으며, 요구액도 게임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과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갈등 원인은?

선수협 김선웅 변호사는 "전임 선수협 집행부가 야구게임 '슬러거'를 개발한 와이즈캣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고, NHN이 이를 알고도 와이즈캣을 자회사로 인수한 후 계약을 맺은 것이기에 명백한 해지 사유가 된다"며 앞으로 게임사와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을 것이고, 그 액수는 선수협과 일구회의 권리를 합쳐 총매출액의 10%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와이즈캣 책임자의 징계 및 배상이 없을 경우 NHN에 영구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HN은 뇌물 제공 혐의에 대한 부분은 1심 공판중이라 판결이 나지 않았고, 이 내용들은 와이즈캣을 인수하기 전 발생한 것으로 선수협과의 계약은 합법적이며 철저한 법무 검토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임 선수협의 초상권 자체 운영권에 대해 존중하며 현재의 조건대로 유지한다면 제반 권리를 선수협에 반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일본과 미국에선 구단과 현역선수 로열티를 합쳐 각각 6%와 5%인데, 이를 감안하면 10%는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NHN 관계자는 "10%에다 KBOP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합치면 최소 15~18%까지 치솟게 된다. 이는 업체들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수협 김 변호사가 "게임의 영업이익은 50%에 이르니, 결코 많지 않은 액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만약 이 정도를 낸다면 최대 매출을 기록중인 야구게임의 경우에도 영업이익이 5%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야구게임은 여전히 영세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야구게임 시장은 현재 1000억원대에 이른다.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2.2%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야구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게임사들이 대거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로열티 수익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명분도 중요하지만 핵심 쟁점은 결국 돈 문제다. 선수협은 열악한 전현직 선수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돈을 버는 게임사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게임사들은 초상권에 대한 가치를 야구에 사실상 최초로 도입한데다 겨우 야구게임 시장을 키워놨는데 이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한 선수협이 섣불리 배를 가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최악의 경우 게임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에다 법정 싸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높아진 로열티는 게임 유저에게 전가될 수 있고, 향후 신규 게임들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년전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지재권 문제를 두고 한국e스포츠계와 법적 분쟁을 겪는 사이 e스포츠는 침체하고,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도 인기를 못 얻으며 모두가 패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이 기회에 초상권이나 콘텐츠 라이선스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명확한 기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과 NHN, 그리고 게임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론의 장도 필요한 상황. 이에 대해 대부분의 주체들도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법적 분쟁까지 비화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로가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인식, 조금씩 양보한다면 합의 가능성은 분명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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