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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2군 도루왕과 1군 도루왕을 연달아 잡아냈다.
LG 2년차 포수 유강남의 이야기다. 올시즌 시범경기서 4경기에 모두 나선 그는 첫 경기만 지명타자로 나왔고, 나머지 3경기에선 모두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출전은 1경기였지만, 경기 후반 포지션 변화로 포수 교체가 필요하면 언제나 유강남이 올라왔다. 김기태 감독 역시 "지난해에도 좋았는데 기량이 더욱 향상됐다"며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포스트 조인성'으로 육성되기 시작한 유강남은 당시 2군 감독이던 김 감독과 구단의 권유로 빨리 군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상무와도 입대 이야기가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 이후 내부 감사를 제대로 받게 되면서 1군 기록이 있는 선수만이 뽑히게 됐다. 입대 무산,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조인성의 FA 이적 뒤 "코치님, 군대 안가면 안 될까요?"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금세 마음을 잡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강남은 20일과 21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처음으로 상대 도루를 경험했다. 올시즌 LG 주전포수 경쟁의 화두는 바로 '도루저지'다. 조인성만큼 강한 어깨를 가진 선수도 없었고, 모두 송구에 조금씩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포수들 모두 김정민 배터리코치와 함께 캠프에서 송구폼을 수정했다.
유강남은 선발출전한 20일 경기서 2군서 자주 만났던 경찰청 출신 허경민의 도루를 저지했다. 지난해 2군서 39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2군 도루왕에 오른 허경민, 지난해 2군서 한차례 도루를 내준 적이 있었다. 유강남은 달라진 송구로 허경민을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다. 주키치의 마지막 투구였다. 1회엔 베테랑 임재철에게 2루를 내준 바 있다. 허경민을 잡을 때 태그하기 좋은 높이로 정확히 날아간 것과 달리, 송구가 원바운드로 2루로 향했다.
하지만 21일, 유강남은 1군 도루왕을 잡아내며 더욱 기세를 높였다. 지난해 46개의 도루를 기록한 오재원이었다. 신인 조윤준에 이어 6회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유강남은 7회 정확한 송구로 오재원을 잡아냈다. 전날 허경민을 잡아낼 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주자 1,3루 상황에서 3루를 확인한 뒤 지체없이 2루로 던졌다. 접전도 아니었다. 정확한 태그 아웃.
달라진 게 무엇일까. 유강남은 "일어나서 공을 던질 때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지점에서 하체의 힘을 가져와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며 "김정민 코치님과 함께 공을 잡고 일어나는 동작부터 힘을 전달하는 방법까지 손을 봤다. 또한 미트와 공이 부딪히는 것도 신경을 써 공의 힘을 그대로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강남은 "일단 수비가 되어야 포수로 나갈 수 있지 않나. 방망이는 수비 다음"이라며 "그래도 김무관 코치님이 가르쳐주신대로 하니 공을 보는 게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팀에서는 유강남을 지명타자로도 내보낼 만큼, 타격 재능도 눈여겨보고 있다.
유강남은 21일 밤 늦게까지 두산전을 복기했고, 뒤이어 맞붙게 되는 SK 경기를 분석했다. 그는 "도루 저지 2번 했다고 내가 크게 앞서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 타자들과 우리 투수들의 장단점 분석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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