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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석민의 시범경기 4실점, 어떻게 봐야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3-18 02:25 | 최종수정 2012-03-18 08:40


2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콤플렉스'에서 열린 KIA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마친 윤석민이 동료 투수들을 도와 3루 수비를 하고 있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2.02.

불안감은 접어둬도 될 듯 하다. '에이스'는 건재하다.

KIA 에이스 윤석민의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은 불안정했다. 4이닝 동안 4실점의 부진한 기록 때문. 그러나 야구는 기록의 이면을 봐야한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윤석민은 정상적으로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 나선 윤석민은 4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6개와 몸 맞는 볼 1개로 총 4실점(4자책)했다. 삼진은 2개 뿐. 직구(142㎞~147㎞)와 슬라이더(130㎞~142㎞), 체인지업(120~127㎞) 등을 섞어 총 53개의 공을 던졌는데, SK 타자들은 그다지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분명히 기록만 보자면, 윤석민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세부 내용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타는 1개 뿐이었다

윤석민은 이날 안타 6개를 허용했다. 1회말 선두타자 정근우와 3번 최 정이 내야안타, 5번 박정권과 6번 김강민은 각각 중전안타와 우중간 2루타를 쳤다. 2회에는 1사 2루에서 다시 정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3회는 삼자범퇴로 끝났고, 마지막 4회에는 선두타자 이호준에게 좌전안타를 내줬다.

기록상으로는 난타당한 것 같지만, 실제로 6개의 안타 가운데 제대로 맞아 뻗은 것은 단 1개. 바로 2사 1, 2루에서 박정권이 친 선제 1타점 짜리 중전안타였다. 볼카운트 0-1에서 던진 2구째 체인지업이 정확한 타이밍에 걸렸다. 잘 맞은 타구는 화살처럼 날아가 2루수 안치홍과 중견수 이용규의 사이에 꽂혔다.

그밖의 안타들은 빗맞은 채 절묘한 코스로 향했을 뿐이다. 정근우와 최 정의 내야안타가 대표적이다. 또한 1회 박정권의 적시타 이후 6번 김강민이 볼카운트 1-1에서 친 2루타도 자세히 살펴보면 빗맞은 타구가 드롭성 회전이 걸리면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의 위치에 뚝 떨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비록 안타가 많았지만, 우려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SBS ESPN 김정준 해설위원은 "투구폼이나 밸런스에서 문제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괜찮아보였다"면서 "1회말에 박정권에게 맞은 안타 하나로 실점이 많아지게 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지난해까지 SK 전력분석 코치로 활약하며 윤석민을 수 년간 세세하게 분석했던 인물이다. 윤석민에게 어딘가 이상이 생겼다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이 있다. 그런 그가 "문제없다"고 단언했다.

미리 맞은 매는 보약이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치르는 시범경기는 마치 본공연에 앞서 해보는 '리허설'과 같다. 투구 밸런스나 제구력, 변화구의 궤적 등을 실전상황에서 다양하게 점검할 수 있는 무대다. 윤석민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윤석민은 경기 도중 스스로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삼진과 중견수 뜬 공으로 SK 4, 5번을 가볍게 2아웃을 잡아낸 3회말. 타석에는 앞선 1회말 2타점짜리 2루타를 친 김강민이 나왔다. 주자는 없고, 볼카운트는 2-1로 투수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 그런데 윤석민은 포수 차일목의 사인에 3번이나 고개를 가로 저었다. 4번째 사인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 윤석민이 던진 것은 126㎞짜리 체인지업. 김강민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주자도 없었고, 볼카운트도 유리했는데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이에 대해 윤석민은 "앞서 SK타자들이 계속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맞춰 치는 바람에 혹시나 내가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폼이나 버릇이 노출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면서 "정말 그런지 체크하기 위해 다시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든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민이 시범경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지가 이 하나의 장면과 대답에 담겨있다. 실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세세한 문제점까지도 보완해 정규시즌을 맞이하려는 생각이다. 윤석민은 "시범경기에서는 오히려 얻어맞는 게 더 낫다. 그런면에서 이번 경기는 정규시즌을 대비한 보약이다. 일단 콘트롤은 캠프 때보다 더 좋았다. 체인지업도 걱정했던 것처럼 습관이 노출되서 맞은 게 아니라 그냥 각도가 좀 밋밋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투수 4관왕은 이렇듯 치밀하고, 대범하게 정규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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