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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를 4강 후보로 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LG는 올해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지 10년이 됐다. 2012시즌에는 한을 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즐기기엔 비시즌 동안 너무 많은 전력을 잃었다. 빠져나간 선수가 무려 5명이다. 게다가 5명 모두 주축 선수들이었다. 반대로 영입한 선수는 모두 새파란 유망주들 뿐. 이런 상황에서도 김기태 감독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 역시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배신감이나, 외부 FA 영입 등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남은 선수들을 데리고 팀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강한 의지만이 있었다.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2010시즌부터 LG에 몸담았다. 보직은 2군 감독.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육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1군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백업멤버들은 전부 김 감독의 작품이었다.
또한 김 감독은 FA 보상선수로 투수 임정우 윤지웅, 포수 나성용을 선택했다. 2차드래프트에서도 2라운드에 빠른 발을 갖춘 외야수 윤정우를 지명했다. 지난해 데뷔 첫 시즌을 보낸 새파란 신인들이었다. 모두 2군 감독을 하면서 눈여겨 본 선수들이었다. 윤지웅의 경우 군입대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지명할 만큼 먼 미래를 내다봤다.
초보감독 답지 않은 파격행보는 지난 2월 경기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근심으로 바뀌었다. 전지훈련 도중 터진 파문, 팀이 휘청거릴 수 있었지만 중심을 잘 잡았다. 선수들 앞에서 근엄한 모습을 보이지도, 그렇다고 가벼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웃었고, 문제점이 보이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전형적인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혐의점이 드러나면서 최종적으로 팀의 선발투수 2명까지 잃었다. 5명이 빠져나갔지만 김 감독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선수들의 이탈이 아니었다. 자신은 물론, LG라는 팀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했다.
김 감독은 '4강에 들겠다', '몇 위를 하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이젠 모두가 두려워할 수 있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초보 감독, LG가 기댈 마지막 언덕은 김기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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