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의 야野夜]피아자 삼진 잡고 아쉬워한 김병현의 속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3-13 08:21 | 최종수정 2012-03-13 10:22


이제 시범경기가 시작됩니다. 야구가 있는 계절과, 야구가 없는 계절을 살고 있는 야구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죠. 2012시즌은 기대로 가득합니다. 특히나 해외파들의 복귀 소식은 어쩌면 누군가 상상은 해봤지만 이뤄질 수 없는 꿈 정도로 여기던 일이었죠.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이 돌아왔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그들을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 기대되는 선수는 바로 김병현입니다.

"탄력이 진짜 최고에요. 키가 큰 편도 아닌데 탄력이 그렇게 좋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넥센 동료 심수창은 엄지를 치켜들며 옆에서 지켜본 김병현을 칭찬하기 바쁩니다. 팀내 유니폼 판매 1위였는데 올 시즌 그 타이틀을 김병현에게 내줘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BK'니까 깨끗이 인정하겠다고 합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우승반지를 낀 선수. 한때 메이저리그 8대 마구라 불린 프리스비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속수무책으로 무력화시켰던 투수가 바로 김병현입니다. 그에게 한국에 돌아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제게 있어 한국 무대는 갈 곳이 없어 마지막에 선택하는 곳이 아니라 제가 잘 덜질 수 있는 공을 던지게 될 때 찾아가는 리그였어요." 13년이 걸렸군요. 우리가 기억하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때의 삼진 하나를 아쉬워합니다.

" 8-7로 리드한 9회말에 등판해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으로 처리했어요. 사실 그게 아쉬워요. 그게 첫 단추였는데 거기서 삼진을 잡으면서 불펜투수로 가게 됐죠.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까지 트리플A에서 선발투수였거든요. 그때도 성적이 좋았었고 선발을 하고 싶었었는데, 첫 데뷔전에서 잘 못 던졌으면 오히려 제가 원하던 선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삼진 한 개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그에게 최고 마무리 투수의 명함을 안겨 줬습니다.

그리고 보스턴으로 이적 후 그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정말 원하지 않았던, 우연히 했던 마무리가 불펜투수로 가게 된 원인이 됐고, 정말 제가 원하던 선발을 하다가 발목을 다치고 부상이 오고, 공평한 건가요, 인생이?"

2007년 이후 콜로라도, 플로리다, 애리조나, 피츠버그와 미국 독립리그를 전전했지만 본인이 찾던 공은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독립리그에서 뛰던 시절 그는 심리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그 상담사가 저에게 예술가를 하라고 하더라구요. 야구를 안 하고 예술을 하려고 한다고요."


하지만 김병현의 배짱은 예술가 보다는 프로야구 선수에 어울립니다. 박찬호 선수는 "내가 만약 메이저리그 시절에 병현이 만큼의 guts(배짱)가 있었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합니다.

김병현이 찾는 그 공이란 바로 방콕 아시안게임 때 보여준 것입니다. 8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가장 뿌듯해 합니다. 물론 그 경기로 인해 국제적인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애리조나 입단으로 이어지게 됐죠.

김병현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재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 팬들은 그를 기다렸고, 김병현은 그가 그리던 공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두근두근, 시즌이 다가옵니다. 설레는 마음은 '신인' 김병현도 마찬가지겠지요. 한국 데뷔전의 첫 단추는 어떻게 채울지 그의 첫 피칭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MBC 스포츠+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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