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석에 설 수 있어 재미있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 18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에서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투수 A.J.버넷은 새 출발의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재미'의 대가와 신고식은 너무나 혹독했다.
버넷은 이번 사고가 오랜 불운을 끊어내는 액땜이길 바라고 있다. 팀 훈련에 합류한 그는 사이클과 50개의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빠른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사고 직후 시야가 흐릿했는데 수술 이후 말끔해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완 파이어볼러 버넷은 토론토 시절인 2008년 커리어 하이 시즌(18승10패, 4.07)을 보낸 뒤 2009 시즌에 앞서 양키스와 5년 총액 8250만달러에 계약했다. 2009년 13승9패, 방어율 4.04를 기록한 뒤 양키스의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그는 이후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 2011 2년간 21승26패, 방어율 5.20. 11승11패, 5.15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에는 25개의 폭투와 생애 한시즌 최다인 31개의 피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양키스는 지난 18일 유망주 투수 디에고 모레노와 외야수 엑시카르도 카요네스를 받고 버넷을 내주는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버넷을 피츠버그로 보냈다. 올해를 포함, 2년간 피츠버그는 향후 버넷의 잔여 연봉 3300만 달러 중 1300만 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 2000만 달러는 양키스가 지불한다.
이번 부상이 없었다면 버넷은 피츠버그의 선발진 중 상위 로테이션에 배치될 전망이었다. 그를 영입한 피츠버그 닐 헌팅턴 단장은 "과거 몇년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패스트볼에 힘이 있고 무브먼트가 좋다. 그는 지난해에도 여전히 가장 뛰어난 땅볼 유도형 투수였다.우리 홈구장에서 플레이하기 좋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었다.
버넷은 양키스 시절인 지난 2010년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박찬호의 텍사스 시절과 흡사한 5년짜리 FA 계약을 한 데다 양키스에 이어 피츠버그로 팀을 옮긴 궤적도 닮았다. 피츠버그에서 시작할 그의 '제2의 야구인생'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 피츠버그 이적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버넷이 부상을 털고 파이어볼러로서의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