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주장이 모두 결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주장완장을 차는 이는 삼성 진갑용과 넥센 강병식 뿐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1위 삼성과 최하위 넥센을 제외한 모든 6개팀은 주장을 교체했다. '뉴캡틴'의 트렌드는 두가지로 나뉜다. 바로 '젊은피'와 '큰형님'이다.
최연소 주장은 81년생인 SK 박정권과 KIA 차일목이다. 지난해 이호준과 김상훈에 비해 5살과 4살이 어졌다. 박정권은 평소 화려한 입담으로 SK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아무렇지 않게 쓴소리를 내뱉는 시원시원한 성격이 주장에 적합하다는 평. 본인 역시 카리스마와 친화력을 동시에 갖춘 주장을 목표로 삼았다.
KIA 차일목은 지난 11월 일찌감치 새 주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주장 김상훈이 올시즌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지만, 대신 포수마스크를 써 팀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이 주장 선임의 이유. 차일목은 KIA에 '스스로 뛰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젊은 주장의 장점은 역시 어린 후배까지 챙길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 있다. 최고참이 주장을 맡게 되면 어린 선수들이 쉽게 말하기 힘든 '군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개성 강한 신인급 선수들까지 아우르기에는 중고참들이 보다 주장에 적합하다.
고참의 힘을 보여줘라, LG 두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팀들도 있다. 다시 '큰형님'들에게 주장을 맡기는 LG와 두산이다. LG는 79년생인 박용택이 2년간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주장이라는 중압감에 2년 동안 2009년 수위타자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LG는 신임 김기태 감독의 생각대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모두 참여하는 투표로 주장을 선출했다. 그결과 최동수에 이어 '서열 2위'인 74년생 이병규가 주장으로 선출됐다. 이병규는 올시즌 타율 3할3푼8리에 16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기록 상으로도 LG 선수단 내 으뜸이다.
두산 역시 최연소 캡틴 손시헌이 베테랑 임재철에게 주장완장을 넘겼다. 임재철은 두산 선수단 자체 투표에서 새 주장으로 뽑혔다. 임재철 역시 76년생으로 두산 선수단 내에서 김동주에 이어 'No.2'다. 철저한 몸관리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임재철은 솔선수범하는 모습만으로도 주장 자리가 어울린다는 평이다.
최고참급을 주장으로 선임한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 진갑용이 보여줬듯 몇마디 말보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병규와 임재철 모두 그라운드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나타내는 실력파 고참들이다.
하지만 큰형님이 주장완장을 찬 만큼, 중고참들이 '부주장' 역할을 잘 해줘야만 한다. 앞선 4개 팀이 80년대생을 괜히 주장 자리에 앉혔을 리는 없다. 선수단 내 소통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게 이들의 최우선 과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