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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서동욱, "이젠 멀티 아닌 2루수 서동욱!"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1-08 14:53 | 최종수정 2012-01-08 14:53



"2루수 서동욱으로 2013년 WBC에서 뛰는 게 목표입니다."

LG 서동욱은 지난해 무려 5개 포지션에서 뛰었다. 스타일이 비슷한 포지션도 아니다. 1루수 2루수 3루수에 좌익수, 우익수까지 경험했다. 또한 스위치타자로 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서기도 했다. 남들보다 두배 이상 많은 훈련에 시즌을 치르면서 10㎏이상 살이 빠졌을 정도. 물론 결과는 달콤했다. 데뷔 9년차 만에 풀타임 1군 선수가 됐다. 112경기서 타율 2할6푼7리에 7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부상자가 생겨도 언제나 그 자리는 서동욱이 메웠다.

LG 신연봉제의 특성상 대폭 인상이 기대되기도 했다. 지난해 오지환과 '작은' 이병규의 사례를 들며 억대 연봉을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서동욱은 연봉 협상에서 1억원을 밑도는 금액을 제시받았다. 협상 담당자조차도 대폭 인상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사를 보였다. LG 연봉고과 산정의 50%를 차지하는 WS(Win Shares, 윈셰어)의 특성 상 인상 대상자가 많아 서동욱이 가져갈 몫이 줄었다. 게다가 WS를 비롯해 내부 고과에서도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멀티플레이어로 고생한 만큼 대우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서동욱은 "지난해 연봉이 3200만원이었다. 이 정도도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 그는 "사실 나도 사람인데 더 큰 금액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불평하면 배부른 소리다. 많이 깎인 선수들도 많다. 나조차도 올해 못하면 삭감대상자가 된다"며 "하나하나 욕심을 다 채우다보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 올해 완전히 자리를 잡겠다"고 말했다.

서동욱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2루수 고정'을 꼽았다. 올해 경험한 5개의 포지션 중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이다. 게다가 팀에서도 서동욱이 2루수로 뛰길 원하고 있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유지현 코치에게 "2루수로 준비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박경수가 입대하면서 기존 멤버인 김태완, 2차드래프트로 영입된 김일경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주전 경쟁 이야기를 꺼내자 서동욱은 "아직 배울 게 많다. 내가 둘보다 나은건 조금 šœ다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곧이어 "다른 2루수들보다 키가 커서인지 난 똑같이 움직여도 뒤뚱 거리는 것 같이 보인다. 시야는 물론, 유연성과 민첩성에서 약점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보다 큰 선수들도 내야수를 본다"며 "수비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공격은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엔 수비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2루수로서의 목표는 분명했다. 서동욱은 "2013년 WBC 대표팀에 2루수로 선발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해외파와 거포들이 즐비한 1루수보다는 2루수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자취를 감추고 있는 스위치타자라는 희소성도 있다.

벌써 데뷔 10년차가 된 서동욱. 그에게 2012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시즌 뒤 9년째 교제하고 있는 여자친구 주민희씨와 결혼을 약속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기다려준 조강지처 같은 주씨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작년에 난 신인과도 같았다. 이제 시작이다. 결혼도 하는데 올해 잘해서 연봉을 더 올려야 한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LG 서동욱은 2012시즌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진정한 2루수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시즌 2루에서 역모션으로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는 서동욱.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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