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 연봉협상 천천히 잘풀릴것"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2-29 11:41 | 최종수정 2011-12-29 11:42


한화 류현진이 지난 1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찾았다. 배구볼을 선물로 받은 류현진이 배구 연습을 해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추가 인상은 없다. 하지만 잘 풀릴 것이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24)의 연봉 협상이 해를 넘기게 됐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구단과의 첫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4억3000만원을 제시받았다. 올해 4억원에서 7.5%(3000만원) 인상된 금액이었다.

류현진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구단과의 온도 차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보면 류현진의 연차별 최고 연봉을 기록했다.

지난해 입단 5년차에 연봉 4억원 고지를 밟았던 류현진이다. 프로 6년차가 된 올해에는 삼성 시절 이승엽의 종전 6년차 최고 연봉(3억원·2000년)은 물론 롯데 시절 이대호가 받은 7년차 최고 연봉(3억2000만원·2007년) 기록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

7년차가 되는 내년에는 역대 8년차 최고 연봉 기록(이승엽, 4억1000만원·2002년)까지 갈아치우는 것을 예약한 상태다.

하지만 류현진 입장에서는 연차별 최고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내 최고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더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류현진은 올해 24경기에 출전해 126이닝을 던졌고 11승7패, 방어율 3.36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인해 2개월 동안 선발 출전하지 못한 여파로 인해 프로 데뷔(2006년) 이후 가장 적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부진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부상의 악재를 무릅쓰고 역대 6년차 투수중 드물게 11승을 챙겼고, 다른 팀 선발 투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질 성적은 아니었다.

류현진을 통한 마케팅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구단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11승이란 성적에 맞는 인상폭을 정한 것이라며 냉철하게 공헌도를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온도차 때문에 조기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양측은 지금까지 추가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감정이 틀어졌기 때문은 아니다. 류현진이 1차 협상을 마치자 마자 치아 치료를 받기 위해 인천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다음달 6일 구단 시무식에 맞춰 대전에 다시 내려올 예정이다.

한화는 여전히 느긋한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1월 16일까지 여유를 갖고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억3000만원에서 추가 인상을 없을 것이란 사실을 고수했다.

그런데도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느긋한 이유는 그동안 쌓아온 신의를 믿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한화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해 6년간 지내면서 구단 사정을 잘 안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은 류현진을 믿고, 충분한 교감도 나누고 있다. 연봉 협상이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잘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포스팅 시스템이 걸려있다. 류현진은 내년에 7시즌을 채우면 꿈에 그리던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류현진의 해외진출에 우호적이었던 구단이 제동을 걸 가능성은 낮지만 류현진으로서도 구단과 껄끄러운 상황을 연출할 필요도 없다. 연봉 협상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구단이 류현진의 해외진출 건을 연봉 협상에 이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여러가지 면에서 류현진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왔다는 사실을 류현진도 감안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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