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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명이다. 각자 장단점이 뚜렷하기에 더욱 고민된다.
10년 넘게 LG 안방을 지키던 조인성이 떠났다. 이젠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이 자리를 노리는 포수는 무려 5명, 심광호 김태군 나성용 유강남 조인성이 그 주인공이다.
5년차 되는 김태군, 이제 정신차렸다
김태군은 진주 마무리캠프에서 김정민 배터리코치의 전담 지도를 받고 성장세를 보였다. 김 코치는 "사실 태군이는 내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백업포수로 1군에 올라왔다"며 "그때 1군 생활을 잘 했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김 코치에게 김태군은 애틋한 존재였다. 선수 시절의 마지막을 함께 했기에 더욱 그랬다. 진주캠프에서 누구보다 혹독하게 김태군을 조련시킨 이유다.
김 코치는 김태군의 달라진 자세를 높이 샀다. 그는 "사실 태군이한테는 '거품이 꼈다'는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스스로 만족하면서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4년간 경험하면서 느낀 게 많을 것이다. 이번엔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지만, 이건 타고난 게 아니다.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태군은 진주에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도루 저지력을 보완하는데 치중했다. 몸에 익었던 송구동작까지 바꿔가며 피나는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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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심광호,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
베테랑 심광호의 장점은 역시 안정감이다. 올해 투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따뜻한' 리드가 돋보였다. 실제로 심광호가 포수마스크를 썼을 때 팀 방어율은 가장 낮았다. 블로킹도 수준급이다. 문제는 부족한 송구. 김 코치는 이에 대해 "사실 어깨가 약하다기 보다는 자신감의 문제다. 2루 송구 시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심광호는 시즌 막판 1루 송구가 우익수에게 향할 정도로 어이없는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과거 팔꿈치 수술로 인해 본인 스스로도 송구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져있는 상태. 이날의 악송구는 남아있는 자신감마저 앗아갔다. 김 코치는 "송구시 폼에도 문제가 있었다. 시즌 중에도 수정했던 부분인데 스프링캠프 때 집중적으로 교정할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분만 없어지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이 때문에 주전은 힘들 수 있지만, 심광호가 마스크를 썼을 때 가장 안정감이 느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타구단 포수에 비하면 방망이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기에 팀배팅 위주로 단련한다면, 상대를 괴롭힐 만한 자질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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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준의 경우 아마추어에서 1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대 졸업 예정인 조윤준은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신체조건부터 장타력, 강한 어깨, 느린 발까지 여러 부분에서 조인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조윤준은 마무리캠프 때 프로의 벽에 부딪혔다. 김 코치는 "곧바로 1군에 출전시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당장의 전력으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윤준을 지명한 건 내년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김 코치는 캠프 내내 조윤준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줬다.
김 코치는 조윤준의 기량에 대해 "게으르다는 말이 들려서 걱정했는데 생갭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려는 근성이 보였다"며 "프로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이나 근성에는 문제가 없다. 아직 준비가 덜 됐지만, 갖고 있는 재능부터 장점도 많이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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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신인이었던 나성용과 유강남은 굴러들어온 돌이다. 나성용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로 이적했다. 유강남은 상무에 입대하기로 얘기가 돼있었지만, 상무의 내부 감사 탓에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나성용은 다른 포수들보다 타격에 장점을 갖고 있다. 올시즌 시범경기서 김광현을 거침없이 홈런포를 쏘아올렸을 정도다. LG 김기태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지켜봤던 그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김 감독은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줄 아는 선수"라며 그의 타격 재능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1군에서는 27경기서 2홈런 7타점에 그쳤지만, 포수로서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지명된 유강남은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고졸 포수 자원. 하지만 입단 직후부터 가능성을 보이며 2군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유강남의 공수에 걸친 잠재력을 높게 사 김 감독이 일찌감치 군입대를 권유했을 정도. 군제대 후 2년 뒤 1군에서 쓸 생각이었지만, 상무 입대가 무산되면서 주전경쟁에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됐다.
LG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조인성 심광호 김태군 윤상균 유강남 등 무려 5명의 포수를 데려갔다. 당시에도 '포스트 조인성' 체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온 선택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신인 유강남이 생갭다 좋자 캠프에 전격 합류시켰을 정도였다.
올해도 5명 모두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2012년 LG의 새로운 안방마님은 누가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