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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김광현, 류중일-김성근, 극과 극 2011년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12-25 15:42


최고의 2011년을 보낸 삼성 류중일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년이 저문다. 30년 프로야구도 역사의 한페이지를 넘길 때가 됐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680만 관중을 돌파, 최고인기를 누린 해로 기억할 만 하다.

하지만 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다, 명과 암의 희비 쌍곡선, 없을 수가 없다. 올해 마찬가지다.

김성근과 류중일, 사령탑의 명암

삼성 류중일 감독, 3관왕을 했다.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에 아시아시리즈까지 재패했다. 최고의 해였다. 아마, 올해 프로야구판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일 것이다.

아직 눈에 선한 장면이 있다. 취임식 때다. 얼은 듯한, 너무나 긴장했던 표정, 떨리던 목소리. 영락없는 초보의 모습이었다. 삼성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을 만도 했다.

올해초 삼성은 갑작스럽게 사령탑을 교체했다. 계약기간이 남은 선동열 감독을 중도하차 시켰다. 류 감독이 전격적으로 발탁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였다.

선 감독은 2005년부터 사령탑을 맞아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0년에도 준우승을 했다. 검증된, 실력있는 지도자였다.


반면 류 감독은 '완전 초보'였다. 누가 봐도 교체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초보 감독은 프로야구판을 평정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탄탄했지만, 강력한 삼성의 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맏형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믿었다. 초보답지 않게 승부처에서는 냉철했다. 류 감독은 "난 독한 스타일이 못 된다. 평소엔 말도 빠르고 촐랑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침착해지는 것 같다"며 웃는다.

류 감독은 더이상 초보감독이 아니다. 우승 감독이다. 내년에도 삼성은 강력한 우승후보다.

SK는 올해 가장 큰 격랑을 겪었다.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의 중도 퇴진, 프로야구 안팎으로 큰 충격이었다. 이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김 감독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해였다. 하지만 예전같은 강력한 SK로 출발하지 못했다. 주전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0% 전력이 아니었다. 그래도 야신은 야신이었다. 특유의 용병술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재계약을 두고 구단과 마찰이 생겼다. 언론을 통해 구단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다 8월17일, 삼성전을 앞두고 폭탄선언을 했다. 취재진과 만나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다. 올시즌을 마치고 그만두는 것으로 결정했다. 개막 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라고 발표했다. 구단도, 코치들도, 선수들도 놀랐다. 결국 구단도 결별을 선언했다. 다음날 곧바로 경질을 발표했다.

이 모든 과정은, 정말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만큼 파장이 컸다.

김 감독은 2007년 SK 사령탑에 부임,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빠른 야구, 철저히 계산된 야구로 강력한 SK를 만들었다. "SK선수들은 야구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런 야신의 퇴장, 프로야구 흐름에 큰 변화를 줄만한 사건이다. 그동안 많은 팀들이 SK를 견제하기 위해, 야신의 야구를 연구했다. 배우기도 했다. 물론 그의 야구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어찌됐든 내년은 야신이 없는 해다. 과연, 프로야구가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하다.

윤석민과 김광현, 엇갈린 에이스

KIA 윤석민은 비운의 에이스였다. 2007년 방어율 3.78에도 18패를 당했다. 승수는 7승 뿐이었다. 타선의 지원을 지독히 받지 못했다. 이듬해 14승(5패), 드디어 에이스의 면모를 갖추는가 했다. 하지만 2009년 9승, 2010년 6승에 그쳤다.

SK 김광현은 '승승장구'였다. 데뷔 시즌이던 2007년에는 3승에 그쳤다. 이듬해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16승→12승→17승을 기록, 프로야구 대표 좌완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에는 MVP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올시즌, 둘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윤석민은 4관왕에 올랐다. 다승(17승)-방어율(2.45)-승률(0.773)-탈삼진(178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MVP에도 올랐다. 데뷔 첫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그동안의 불운을 훌훌 털어버린 최고의 해였다.

김광현은 2군까지 오가는 최악의 해를 보냈다. 작년말 안면마비가 오면서 출발부터 불안했다. 결국 그 불안감은 투구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시즌 내내 들쭉날쭉하며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올해 4승6패, 방어율 4.84에 그쳤다. 4점대 방어율은 처음으로 당하는 수모다.

극명하게 대비된 프로야구 대표 투수들의 명암이다. 그래서 내년 시즌, 둘의 모습이 더욱 궁금하다.

먼저 윤석민의 상승세를 계속될 듯 하다. '국보 투수' 선동열 감독과의 만남, 올해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팀 전력이 든든하다.

김광현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우선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는 게 급하다. 시즌 뒤 SK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몸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구위도 문제가 될만큼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감만 찾으면, 예전의 성적을 충분히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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