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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희가 LG의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을까.
오른손투수 한 희는 올시즌 LG 불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떠올랐다. 주로 마무리 투수 앞에 던지는 셋업맨 역할을 했다. 올시즌 기록은 47경기서 2승1패 7홀드에 방어율 2.27. LG 불펜투수 중에서 가장 낮은 피안타율(1할9푼8리)을 기록했다.
한 희는 평소 말이 많지 않다. 숫기 없는 성격 탓이다. 대화를 나눠보면 그가 어떤 성격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순박한 시골청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배짱있게 공을 던진다. 몸쪽 공을 던지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중반. 하지만 볼끝이 묵직하다.
한 희는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입단 첫해부터 1군에서 공을 던졌다. 시즌 막판에는 선발로도 나왔다. 하지만 선발등판한 9경기서 4패 방어율 7.56으로 좋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패 방어율 10.80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선발투수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불펜에서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한 희는 그렇게 불펜투수로 정착해갔다.
한 희는 올시즌 개막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며칠 뒤 1군에 올라왔지만 열흘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군에서 차명석 투수코치와 대화를 나눈 뒤 마음을 다잡았다. 차 코치는 좀처럼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한 희에게 "왜 도망가는 피칭을 하냐. 아무도 안타 맞는 것에 대해 뭐라고 안한다. 볼넷 내주지 마라. 맞아도 좋으니 승부를 해라"고 얘기해줬다.
다시 1군에 올라온 한 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4사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 희는 당시를 떠올리며 "워낙 숫기가 없어서 코치님께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 정말 그 말을 들은 뒤 확 달라진 것 같다. 감사하다"며 웃었다.
한 희는 마무리 후보로 오른데 대해 "우리 팀엔 규민이형, 현준이형 등 나보다 뛰어난 후보들이 많다. 난 그저 불펜투수"라고 했다. 하지만 마무리에 대한 꿈도 있었다. 그는 "김용수 감독님을 존경한다.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불펜투수들이 마무리라는 보직에 대한 욕심을 느낀다. 그날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희는 최근 평일마다 잠실구장에 나가 훈련하고 있다. 그동안 체력 보강 훈련을 진행했고, 이젠 본격적으로 공을 잡는다. 보직이 어떻게 됐든 한 희는 내년에도 LG 불펜의 중심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