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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아, 넌 아직 멀었어."
KIA 에이스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윤석민(25)이 그냥 껄껄 웃는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24)이 골프로 한판 붙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말(스포츠조선 5일자 보도)에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현진이는 아직은 게임이 안되죠. 한참 멀었어요."
'골프'를 주제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윤석민과 류현진은 사실 매우 친한 사이다. 각각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인 이들은 대표팀 생활을 같이하면서 서로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최고의 에이스'라는 자존심 대결을 팽팽히 펼쳐왔다. 사실 2006년 류현진이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의 '야구 승부'에서는 류현진이 압도했다. 데뷔 첫 해 신인상과 MVP를 독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류현진은 '에이스 오브 에이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류현진이 등근육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윤석민은'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다승(17승)과 방어율(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등 투수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MVP까지 받아 올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류현진이 한창 좋을 때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뺐는 '서클체인지업'이 간판 구종이었다면, 윤석민은 타자가 알고도 못 치는 위력적인 '고속 슬라이더'를 전매특허로 내세웠다. 여기에 150㎞까지 나오는 직구에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곁들여 올 시즌 마운드 위에 군림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두 젊은 에이스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골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 시즌 중 휴식일에는 가끔 서로 약속을 잡아 필드에서 만나기도 한다. 윤석민은 "올해에도 현진이와 몇 차례 같이 골프를 치기도 했다. 현진이는 100타 정도 치는데, 나한테 늘 밀렸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평규 80타대를 치는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명확히 드러나는 실력차이 때문에 윤석민은 이번 대결에서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윤석민은 "내가 일본 마무리캠프에 가 있는 동안에 류현진이 집중 특별레슨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다 그게 나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데, 다 소용없다"며 껄껄 웃었다. 윤석민은 "골프가 하루아침에 느는 운동이 아닌데, 자기가 특별과외를 받는다고 금세 (실력차이를) 좁힐 수 있겠나. 나는 이번 대회에서 그냥 즐기면서 현진이에게 한 수 가르쳐주겠다"며 류현진의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