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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야 산다.'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기업이나 가계에서 몸집을 줄여 과도한 지출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유행어가 경제용어로만 국한되는 게 아닌 듯하다. 한화 4번 타자 최진행을 보면 그렇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마무리캠프에 참가중인 최진행은 이른바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줄여야 산다'는 지상과제를 안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몸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키 1m88, 몸무게 100㎏의 육중한 체격을 자랑하는 최진행이다. 하지만 지난 3주간 마무리훈련을 하는 동안 14㎏을 감량했다.
혹독한 다이어트와 몸 만들기 체력 훈련을 한 결과다. 최진행은 올해 아쉬움이 많은 시즌을 보냈다. 평균 타율 2할7푼6리에 팀 내 가장 많은 홈런(19개)과 타점(85점)을 올렸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의 눈에는 2% 부족했다. 4번 타자로서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무게감이 부족했고, 배팅의 정교함도 다소 떨어졌다. 한 감독으로부터 '채찍'도 많이 맞았다.
강타자 김태균이 가세하면 내년 시즌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팀 분위기도 뜨거워졌다. 중심타선의 멤버로서 마무리훈련이라고 대충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찍 준비하고, 혁신하는 자가 살아난다는 진리를 최진행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몸무게부터 뺐다. 배팅의 정확성을 높이고,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몸이 가벼워졌으니 방망이 무게도 살짝 줄였다. 최진행은 올시즌 초반 880g짜리 배트를 쓰다가 중간에 870g짜리로 바꾼 적이 있다.
보다 날렵하게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고 싶다는 최진행이다. 줄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예 끊어버린 것도 있다.
담배다. 최진행은 야구선수들이 자주 애용하는 담배껌을 씹어왔다. 하지만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풍선껌으로 바꿨다.
금연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통통한 볼살 만큼이나 둥그런 풍선을 불어대는 최진행의 모습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느껴진다.
나가사키에서 최진행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한화 프런트는 "내년에서 완전히 달라진 최진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