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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LG에 '스마트 배팅'이 필요하다."
LG의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진주에서 김무관 코치를 만날 수 있었다. 한순간도 타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그였다. 결국 모든 훈련이 종료된 뒤에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롯데 시절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다.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것이다"며 웃었다. 아직 롯데에 대한 애틋함이 커보였다. 대화 내내 롯데 시절의 일화가 계속해서 나왔다. 김 코치는 "아이고, 자꾸 예전 팀 얘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팬들이 직접 상도 만들어주고, 기념앨범도 제작해줬다. 아직도 롯데 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LG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실 주변에서 모두가 만류했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왜 옮기냐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며 "롯데는 이제 투타 모두 상위권에 올라온 팀이다. 이젠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한다. LG 타선을 봐라. 실력도 있고 잠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9년 간 포스트시즌에 못갔다. 모두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력하나마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 현장과 프런트, 팬 모두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했다. 타격지도법이다. 김 코치는 "사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계속 바뀐다. 한국야구가 끊임없이 발전하기에 그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LG에 합류한 첫 날, 그가 한 일은 무엇일까. 선수들에게 훈련 대신 타격 비디오만 보여줬다. 기본부터 강조한 것이다. 김 코치는 "꾸준하게 하다보면 타격 시 나쁜 습관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또한 선수마다 장점이 있다. 기본을 익힌 뒤에는 그 부분을 살려주면 된다"며 "이건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발견하고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다. 장점을 극대화시켜 단점을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코치는 2001년 포수 최기문을 스위치타자로 변신시켜 3할 타자로 만든 적이 있다. 몸쪽 공을 밀어치는 능력이 있었던 그의 장점이 양쪽 타석에서 발휘되도록 극대화시킨 것이다.
곧이어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해 나갔다. 김 코치는 "요즘 다들 스마트폰만 만지고 다니는데, 타격도 '스마트 배팅'이 필요하다. 사실 스마트폰보다 어렵다. 누가 입력하면 나오는 게 아니라 알아서 방망이가 나와야한다. 기본을 알고, 자신에 맞는 타격폼을 습득한 뒤엔 특별한 주문 없이도 몸이 움직여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복잡하게 가르치면 안된다. 너무 많이 가르치려 하면 선수들도 혼란이 온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입력시키면 나중에는 상황에 따라 알아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연습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연습할 때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그걸 습득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저 막대한 연습량에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그건 연습이 아니고 노동이다.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타격에 대한 지론이 확실해서인지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옆을 지나던 김기태 감독은 "김무관 코치님이 우리 팀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라며 엄지를 치켜들고 갔다. 사실이었다. 김 코치는 많지 않은 시간에도 인기 개그프로그램은 꼭 챙겨본다.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건 참 애매합니다. 쇠고랑은 안 차지만 이런건 정해줘야 돼"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한껏 경직돼 있던 선수도 웃을 수 밖에 없다. 김 코치는 "사실 요즘 선수들이 다 아들 뻘이다. 날 어려워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먼저 농담도 건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경직되고 힘들 때 한번씩 해주면 효과가 크다"며 미소지었다.
상대팀이었지만 그동안 LG에서 주목한 타자들도 있었다. 그는 "좌타자 일색인 LG에는 수준급의 우타자가 필요하다. 정의윤은 잠재력이 크기에 욕심이 난다. 서동욱도 스윙이 좋고, '작은' 이병규 같은 경우엔 부상만 없다면 훨씬 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요즘 하루하루가 설렌다. 아직 선수들 전원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기대가 크다. 모두 웃을 수 있는 내년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