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계현 수석코치가 밝힌 '91'에 담긴 의미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1-16 11:32


LG 조계현 수석코치. 스포츠조선DB

91. LG에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숫자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달 14일 감독 취임식에서 91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었다. 코치 시절 71번을 달았지만, 감독 취임 후 등번호를 바꿨다. 그는 당시 "프로야구에 데뷔한 해가 91년이다. 지금 감독 자리에 올랐지만, 그때 가졌던 신인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91번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밝힌 게 전부가 아니었다. LG 조계현 수석코치는 91번에 담긴 비화를 꺼내놓았다. 조 코치는 "감독님이 91번을 단 이유를 말할 때 빼놓는 게 있다. 부끄러워서 말 안하시는 모양이다"라며 웃었다. 어떤 의미가 숨겨있는 걸까. 그는 "사실 우리 팀이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래서 올해는 '1위'에 오르자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서 밝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의지를 보인 만큼 코치진 모두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조 코치를 비롯해 12명의 코치진은 훈련장에서 짝다리 한번 짚지 않는다. 펑고배트를 지팡이처럼 의지하는 일도 없다. 김 감독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말한 몇 안되는 주문이다. 권위의식을 보이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라는 의미다.

조 코치는 계속해서 남다른 숫자 '91'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얼마 전 고참급 선수들이 경북 울진의 백암온천에서 휴식을 취할 때다. 당시 조 코치는 9명의 선수들과 함께 내려왔다. 등산 등 체력보강훈련을 쉴 수 없었기 때문. 이런 와중에 인터넷을 통해 '고참들 마무리훈련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코치는 사실과 다른 기사에 낙담해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휴식을 겸해 잠시동안 낚시를 하기로 했다.

조 코치까지 10명은 낚시대 5대를 놨다. 2인 1조로 낚시를 하면서 협동심과 인내심을 기르라는 의미였다. 생갭다 많은 고기가 잡혔다. 1시간 동안 복어 9마리, 황어 1마리를 낚았다.

조 코치는 선수들에게 독을 가진 복어가 9마리나 잡혔지만, 마지막에 잡힌 황어는 좋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어는 강에서 태어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낸다. 그리고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조 코치는 "그동안 고난이 있었지만 이제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때다. 9마리의 복어와 1마리의 황어가 그걸 뜻하는 것 같다. 참 여러가지로 '91'이라는 숫자에 얽힌 게 많다"며 크게 웃었다.


진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달 21일 선수단 상견례 때 LG 선수들과 처음 만난 조계현 신임 수석코치.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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