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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LG에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숫자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달 14일 감독 취임식에서 91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었다. 코치 시절 71번을 달았지만, 감독 취임 후 등번호를 바꿨다. 그는 당시 "프로야구에 데뷔한 해가 91년이다. 지금 감독 자리에 올랐지만, 그때 가졌던 신인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91번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서 밝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의지를 보인 만큼 코치진 모두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조 코치를 비롯해 12명의 코치진은 훈련장에서 짝다리 한번 짚지 않는다. 펑고배트를 지팡이처럼 의지하는 일도 없다. 김 감독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말한 몇 안되는 주문이다. 권위의식을 보이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라는 의미다.
조 코치는 계속해서 남다른 숫자 '91'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얼마 전 고참급 선수들이 경북 울진의 백암온천에서 휴식을 취할 때다. 당시 조 코치는 9명의 선수들과 함께 내려왔다. 등산 등 체력보강훈련을 쉴 수 없었기 때문. 이런 와중에 인터넷을 통해 '고참들 마무리훈련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코치는 사실과 다른 기사에 낙담해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휴식을 겸해 잠시동안 낚시를 하기로 했다.
조 코치까지 10명은 낚시대 5대를 놨다. 2인 1조로 낚시를 하면서 협동심과 인내심을 기르라는 의미였다. 생갭다 많은 고기가 잡혔다. 1시간 동안 복어 9마리, 황어 1마리를 낚았다.
조 코치는 선수들에게 독을 가진 복어가 9마리나 잡혔지만, 마지막에 잡힌 황어는 좋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어는 강에서 태어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낸다. 그리고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조 코치는 "그동안 고난이 있었지만 이제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때다. 9마리의 복어와 1마리의 황어가 그걸 뜻하는 것 같다. 참 여러가지로 '91'이라는 숫자에 얽힌 게 많다"며 크게 웃었다.
진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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