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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아니면 볼 수 없는 '가르시아 보디체크'가 등장했다.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 4회초 삼성 공격때였다. 2사 2루에서 삼성 진갑용이 좌익수앞 안타를 쳤다. 2루주자 강봉규는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SK 좌익수 박재상의 홈송구가 좋았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아웃 타이밍이었다.
보디체크, 포스트시즌에서만 볼 수 있다
정상호와 강봉규 모두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양쪽 모두 충격을 많이 받았다. 가속도를 낸 주자와 보호장구를 잔뜩 껴입은 포수가 그대로 충돌했으니 그야말로 별이 보였을 것이다. 들이받힌 정상호쪽이 약간 더 충격받은 것처럼 보였는데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이 와중에도 쓰러진 강봉규는 오른쪽 발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구심의 최종 판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나뒹군 정상호는 공을 끝내 놓치지 않았다. '홈 보디체크'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공을 떨어트리게 만드는 것이다.
롯데와 한화에서 뛴 용병 가르시아가 이같은 '탱크 보디체크'를 가끔 선보였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였기 때문에 이같은 보디체크가 등장할 수 있었다. 정상호는 처음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홈플레이트를 막았을 것이며, 고유권한인 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강봉규도 주저없이 몸으로 밀어붙였다.
왜 보디체크를 자주 볼 수 없을까
확실히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한국프로야구에선 홈접전때 보디체크를 볼 수 있는 확률이 현격히 낮아진다. 모든 야구인들은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으면 몸으로 치고 들어가는 게 근본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다"라고 말한다. 코치들도 그렇게 가르친다.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한국프로야구는 시장이 좁은 탓에 선수들이 선후배의 인연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배가 선배 포수를 들이받는 게 쉽지 않다. 거꾸로 선배 역시 후배라고 해서 막 밀고들어가지 않는다. 몸이 재산인 걸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번 보디체크가 이뤄지면 그후엔 보복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상대 투수로부터 빈볼이 날아오거나 혹은 거꾸로 같은 팀 포수가 들이받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정규시즌엔 홈접전때도 되도록 밀고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SK, 이영욱 홈송구를 되갚다
이날 박재상의 홈송구와 강봉규의 보디체크에서 최종 승자는 SK였다. 중요한 선취점을 막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빚을 갚은 측면이 있다.
지난 2차전 8회에 SK는 최동수가 삼성 오승환으로부터 중전안타를 뽑아내 동점을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 중견수 이영욱이 크루즈 미사일 같은 홈송구로 주자를 홈에서 잡아냈다. 이틀만에 이번엔 SK가 반대 상황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다. 몸으로 버틴 포수나, 몸을 날린 주자 모두 한국시리즈이기 때문에 혼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여기선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상대방도 서로 인정한다. 결과를 떠나 수컷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3차전에서 나온 '탱크 보디체크'는 이번 한국시리즈의 명장면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