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감독도 사람이다. 때문에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운명의 1차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4회말 삼성이 2점을 선취하자 5회초부터 차우찬을 등판시켰다. 차우찬은 류 감독의 기대에 120% 부응하는 완벽투를 펼쳤다. 그렇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차우찬. 36개의 공 밖에 던지지 않았다. 차우찬의 구위를 봤을 때 남은 이닝도 충분히 잘 막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1이닝만 더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지체 없이 8회 차우찬을 안지만으로 교체했다. 물론 국내 최강을 자랑하는 불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교체의 이면에는 류 감독의 더 큰 뜻이 숨어있었다. 류 감독은 "솔직히 더 던지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좋을 때 내려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류 감독은 "실점을 하거나 위기를 맞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 경기 뿐 아니라 다음 경기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우찬이는 한국시리즈에서 계속 활약해줘야하는 선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류 감독은 "프로에 데뷔한 87년 시범경기에 첫 출전을 했는데 유격수 자리에 서니 정말 떨렸다. 만약 첫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면 내 선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며 "첫 타구가 굉장히 강한 타구였는데 잘 처리했다. 확실히 자신감이 생기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