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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과 안치용, 과연 누가 더 떨었을까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27 11:49


이때 안치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SK 안치용이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 8회초 무사 1,2루에서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번트를 시도했지만 공이 뜨면서 포수 파울플라이가 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절체절명의 순간, 과연 어느 쪽이 더 긴장했을까.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은 고요한 호수처럼 승부가 진행됐다. 그러더니 8회에 거친 바다처럼 풍랑이 일었다. SK가 삼성 네번째 투수 정현욱을 공략하면서 1점을 따라붙었다. 1-2로 추격했다. 그리고 무사 1,2루 찬스가 계속됐다.

이때 대구구장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미 몸을 풀고 있던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기 때문이다. 보기 드물게 2이닝 마무리를 위해 오승환이 걸어나오던 순간이다.

오승환도 떨었을까

1점차로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무사 1,2루. 불펜투수에겐 정말 불편한 등판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천하의 오승환이라도 긴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희생번트 하나에 외야플라이 하나면 동점을 허용하게 된다. 어지간하면 블론세이브를 하게 될 상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은 잘 막아냈다. 첫타자 안치용의 번트 시도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유도하며 무력화시켰다. 두번째 타자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세번째 타자 최동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중견수 이영욱의 미사일 홈송구 덕분에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경기후 오승환은 "2-0 상황에서 등판한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 코칭스태프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오승환은 처음부터 안치용 타석에 나간다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에 앞서 세 타자가 모두 살아나가는 바람에 1점을 내줬는데 오승환은 불펜에서 몸 푸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코어를 착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긴장을 했겠지만, 그 보다는 오직 자신이 막아야할 타자를 생각하며 몸을 풀다보니 스코어를 신경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긴장이 부른 안치용의 번트실패

오승환이 걸어나오는 걸 보면서 타자 안치용도 꽤나 긴장했을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번트 실패가 패배로 이어진 경우가 꽤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 아닌가.

오승환이 등판하자마자 안치용은 초구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삼성 배터리가 선택한 작전이 주효했다. 148㎞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몸쪽 높은 곳으로 던졌다. 본래 번트 시도를 무산시키려할 때 몸쪽 빠른 공이 많이 등장한다.

오승환의 직구는 워낙 공끝에 힘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꿈틀댄다. 타자 입장에선 확 솟구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긴장한 안치용은 배트 컨트롤에 실패했다. 치명적인 포수 파울플라이. 무사 1,2루가 1사 1,2루로 바뀌었다. 이 장면에서 삼성 벤치는 '잘 하면 점수를 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타자들은 평소에도 번트 훈련을 많이 한다. 특히 잔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SK라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서 번트 실패가 나왔다.

마운드로 걸어나가는 오승환이나 이를 지켜보는 안치용이나 모두 긴장했을 건 분명하다. 하지만 오승환은 타깃을 향해 의도했던 공을 제대로 던졌다. 반면 안치용은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리전이 펼쳐졌는데 결국엔 오승환이 승리한 셈이다.

번트에 성공했다면 1사 2,3루가 됐을 것이고 그후엔 또다른 상황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2차전에서 양팀 모든 이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장면이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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